김밥 팔아 평생 모은 재산 기부한 박춘자 할머니, 유언도 “월세 보증금 기부”
김밥을 팔아 평생 모은 전 재산을 기부했던 ‘남한산성 김밥 할머니’ 박춘자 할머니(95)가 세상을 떠났다. 박 할머니의 마지막 유언은 자신의 월세보증금까지도 기부하겠다는 것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한평생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부를 해온 박 할머니가 지난 11일 별세했다고 13일 밝혔다. 박 할머니가 생전 밝힌 뜻에 따라 살던 집의 보증금 5000만원이 재단에 기부금으로 전달됐다.
박 할머니는 학교를 중퇴한 뒤 열 살쯤부터 남한산성 길목에서 매일 등산객들에게 김밥을 팔았다. 그는 2008년 ‘돈이 없어서 학업을 놓아야만 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평생 모은 돈 3억원을 기부했다. 같은 해 수녀원에 장애인 그룹 홈 건립 기금 3억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마흔 살쯤부터는 생활하던 집에서 발달장애인 11명을 직접 돌보기도 했다. 2011년에는 “해외 아동 지원에 써달라”며 1000만원을 추가로 재단에 전달했다.
이후에도 박 할머니는 “죽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나눠야 한다”며 기부를 이어갔다. 2019년에 ‘매월 정기 후원’을 신청한 박 할머니는 그해 7월 건강이 악화되자 자신이 사망하면 살던 집의 보증금 5000만원을 추가로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재단에 전했다고 한다.
2021년에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LG 의인상을 받았다. 같은 해 청와대에서 열린 ‘기부나눔 단체 초청행사’에 초청받기도 했다. 당시 박 할머니는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나누면 기분이 좋다”며 “힘들어서 울기도 하고 고생 무진장하며 살았는데, 커서 돈을 벌면 불쌍한 사람에게 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을 돕고자 했던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지원하는 데 기부받은 소중한 유산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인식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소망장례식장에서 열렸다. 고인은 화장 뒤 안성추모공원에 안치됐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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