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서도 100억대 사고…갈 길 먼 은행권 내부통제

김지혜 기자 2024. 3. 1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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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 이어 ‘과다 대출’
ELS 불완전판매 확인 등 겹쳐
금융당국 ‘혁신방안’ 이행 고삐
준법감시인력 수 대폭 늘었지만
대부분 내부 인력…독립성 의문

NH농협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에서도 100억원대 과다 대출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논란에 이어 배임 사고까지 잇따르면서 은행권의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경기 안양 지역 한 지점에서 취급한 총 104억원의 부동산 담보 대출이 실제 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을 기준으로 실행된 것을 이달 초 적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은행 측의 실제 손실액은 확인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부터 현장 검사에 돌입했다.

앞서 금감원이 은행권의 ELS 불완전판매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힌 데 이어, 이 같은 배임 사고까지 연달아 알려지면서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은 현재진행형이다. 금융당국은 2022년에 발표했던 ‘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의 개선안을 지난해 말 내놓으며 당초 2027년으로 정했던 장기과제 이행 시기를 내년까지로 앞당겼다. 오는 7월부터는 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회사의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사전에 기재하는 ‘책무 구조도’가 의무화된다. 시중은행들 역시 올 초부터 조직 개편, 태스크포스 구성, 외부 컨설팅 등을 통해 내부통제 강화에 애쓰는 분위기다.

수치상의 변화도 엿보인다. 지난해 말 금감원은 일반 은행의 전체 임직원 대비 준법감시인력 비율을 내년까지 0.8% 이상으로 늘릴 것을 주문했다. 준법감시인력은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대표적 장치로, 은행 업무 과정에서 법규를 위반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통제하는 업무를 한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준법감시인력은 지난해 말 기준 총 397명으로 전년(291명)보다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준법감시인력 비율은 신한은행이 0.71%(93명)로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 0.67%(93명), 하나은행 0.58%(69명), KB국민은행 0.48%(76명), NH농협은행 0.40%(66명)였다.

그러나 이 같은 개선이 ‘수치’ 이상의 실효성을 가지려면 인식 개선과 제도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준법감시인력을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전문성 강화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서는 준법감시인력의 수만큼 직무적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현재 각 은행의 준법감시인은 일선 영업점 등에서 경력을 쌓은 임원 등 내부 출신이 다수를 이뤄 법적인 전문성과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감원은 전문성 확보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지난해 말 준법감시인의 자격요건을 관련 업무 경력(준법, 감사, 법무 등) ‘2년 이상’에서 ‘3년 이상’으로 강화하기도 했다.

짧은 임기도 문제다. 박세준 변호사는 2022년 4월 논문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내부통제제도의 개선방안’에서 “준법감시인의 임기를 2년 이상으로 정한 법 조항과 달리 실무적으로 2년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2년 임기만으론 직무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이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 7월까지 5대 은행에서 준법감시인이 사용한 업무정지 요구권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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