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ELS 사태’ 고개 숙여…“TF 꾸려 올해 안에 가시적 성과”
은행들 자산 건전성엔 “감당 가능”
공매도 관련 “성급한 결론 안 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이달 중 당국·업계·소비자 등이 참여하는 관련 태스크포스(TF) 구성 계획도 내놨다. 공매도 금지조치 해제 여부에 대해선 성급한 결론을 내놓지 않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13일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홍콩H지수 연계 ELS 등 고난도 상품 판매에 대해 당국이 면밀히 감독 행정을 하지 못해 손실을 입은 피해자분들, 지켜보시는 많은 국민들께 고통과 불편을 드린 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면서 “직원 성과평가가 고객 이익에 연계되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3월 중에라도 당국, 업계, 학계, 소비자 등 모두가 참여한 TF를 구성해 연내 가시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원장은 “배상안 설계의 기초는 법원에 가지 않고도 사법적 결론에 준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과실 비율 등 세부 요소가 법원의 판단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번 ELS 배상안으로 판매사의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 원장은 “국내 은행의 건전성, 수익성 지표가 양호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ELS 배상안은 일회성 이벤트”라며 “국내 은행들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주주환원 정책과도 충분히 병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는 공매도 전산화 등 제도 개선방안이 논의됐으며, 2차전지 주식 전도사로 유명한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 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개인투자자 대표 자격으로 나온 박 작가는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자(LP)인 증권사의 시장교란 의혹과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의 계좌에서 주식이 대량 매도된 사건이 신한투자증권의 불법 공매도 때문이라는 의혹을 놓고 증권사와 대립하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공매도 전산화와 관련해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중심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4~5개 검토했고, 이 중 2~3개에 대해 더 검토 중”이라며 한두 달 내로 공매도 실시간 차단 시스템 구축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공매도 재개에 대해 이 원장은 “투자자가 많은 불신을 갖고 있고 강한 문제제기가 있는 와중에 성급한 결론을 내릴 생각은 없다”면서도 “무작정 시간을 미루는 핑계로 삼을 순 없기 때문에 논의를 빨리 진행시키겠다”고 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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