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옐친의 대통령 제안 거절했었다”
러시아 대선을 이틀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년 전 보리스 옐친(2007년 사망) 전 대통령과의 비화(祕話)를 직접 공개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13일 푸틴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통해 "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푸틴)는 1999년 8월 옐친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출마 권유를 받았지만, 대통령이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고사했다”고 보도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당시와 같은 상황이 재현돼도 똑같은 말을 반복할 것이다’고 밝혔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준비돼 있지 않다고 한 배경에는 경제와 안보 문제로 엄청난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이 회상한 당시란 1999년 8월 5일 옐친 전 대통령과의 독대였다. 옐친 전 대통령도 회고록에서 푸틴과의 대화를 언급한 바 있다. 옐친 전 대통령이 대통령 출마를 권유했을 당시 푸틴은 FSB(연방보안국) 국장이었다.
옐친 회고록에 따르면 옐친 전 대통령의 제안에 푸틴이 “임명된 곳 어디서나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하자, 옐친 전 대통령은 “최고 직위(대통령)를 위해?”라고 다시 물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은 “모르겠습니다. 보리스 니콜라예비치(옐친).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습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옐친 전 대통령은 이 대화를 나눈지 나흘 뒤인 1999년 8월 9일 46세의 푸틴을 총리 권한대행으로 임명하면서, “이 사람을 러시아의 새로운 지도자로 본다”고 깜짝 발표했다. 결국 옐친 전 대통령은 1999년 12월 31일 조기 사임했고, 2000년 1월1일부터 명실 공히 푸틴 시대가 출범했다.
푸틴은 “’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를 언급하며, 옐친 전 대통령이 “경제, 안보 등 국내 정치 혼란으로 풍전등화 같은 상황에서 (제게) 대통령 제안을 한 것 같다”고 했다. 푸틴은 “(대통령 출마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당시 처한 정치, 경제 난관이 엄청났고, 매일 눈덩이처럼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며 “진심으로 말했다”고 했다.
또 “상황을 더 악화시킬까 두려웠으며,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똑같은 답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옐친 전 대통령은 “그래. 알았네. 이해하네. 나중에 다시 대화하자”고 하면서 “나는 경험 많은 사람이고 내가 무엇을 하는지(어떤 판단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옐친은 자신의 판단대로 푸틴을 후계자로 지목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연장 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첫 대통령 임기를 마치며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는 헌법 개정안에 반대했다”며, “7년 동안 헌신적으로 일하면 미쳐버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고 했다. 하지만 8년 뒤 2008년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연장하는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러시아 대선은 3월 15~17일 사흘 동안 시행된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푸틴은 러시아 자유민주당(LDPR) 레오니드 슬루츠크, 새로운 사람들당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 러시아 공산당 니콜라이 하리토노프 등 친정부 성향의 군소정당 세 후보와 경쟁한다.
최근 공개된 대통령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75%가 푸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러시아 여론조사 기관 레바다센터에 따르면 최근 푸틴의 평균 지지율 역시 80%대를 꾸준히 유지한다.
푸틴이 당선될 경우, 그의 5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동시에 헌법 개정 후 첫 6년 임기(2030년까지)를 맞는다.
또 2020년 개정된 러시아 헌법에 따라 오는 2030년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가 83세가 되는 2036년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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