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블랙리스트’ 제보자의 ‘반격’…집단소송 사태로 번진다 [한양경제]
“직업의 자유‧사생활 비밀 등 침해” 피해 강조
“기자 이름도 확인”…쿠팡 강경 대응에도 파문 확산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쿠팡 근로자 등의 신상을 평가해 채용 판단에 활용했다는 의혹, 이른바 ‘쿠팡 블랙리스트(PNG 리스트)’ 논란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쿠팡은 노조 측에서 블랙리스트로 제시한 해당 리스트가 ‘단순 인사 평가 자료’라며 이를 유출한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소하며 강경 대응했다. 하지만 쿠팡의 부당 노동 행위를 주장하는 측은 제보자까지 참여하는 기자회견을 열며 쿠팡 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시민단체인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쿠팡대책위)는 피해자들이 참여하는 집단 소송까지 예고하고 나서 파문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쿠팡대책위는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대회의실에서 ‘쿠팡 블랙리스트 제보자가 직접 밝히는 블랙리스트의 실체와 쿠팡 측 주장의 문제점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공익제보자라고 밝힌 김준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책국장도 참석했다.
■ “블랙리스트, 출처 불명‧기밀 문서 아니다”
우선 김 국장은 “2022년 1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CFS 이천 호법센터 채용팀에서 근무하며 단기직 업무 교육을 받다가 블랙리스트를 처음 접했다”며 “당시 블랙리스트가 아닌 사원평정으로 불리는 문건에 이름이 오른 사람들을 채용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교육받았고, 이들을 채용에서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건에는 쿠팡이 근로자들에 대한 정상적 업무 수행 불가능, 안전사고, 성희롱, 무단결근 등 부정적인 근무태도 관련 정보가 적혀있고, 조퇴 등으로 인한 관리자와 언쟁이 있는 경우도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안전사고 등’ 사유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 김 국장의 증언이다.
쿠팡이 해당 문건에 대해 ‘출처 불명의 문서’, ‘기밀 유출’ 등으로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김 국장은 “인사팀 직원이라면 누구든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대상자 이름 칸에 ‘JTBC 작가’가 적힌 것을 발견한 뒤 자세히 보고서야 블랙리스트임을 알게 됐다”면서, 이후 언론사 재직자 등 다수가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이를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해당 문건에서 기자 등 언론사 재직자 개인정보 약 70건 이상이 확인됐고, ‘물류센터 취업 방지’ 등의 정보가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대책위 등은 이 부분이 쿠팡 본사 인사팀이 문건을 관리했다는 증거로 보고 있다.
현재 쿠팡대책위는 공동 공익제보자를 통해 확보한 2017년 9월 20일부터 지난해 10월 17일까지 총 1만6천450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 문건을 확보한 상태다. 문건에 이름이 올라간 사실을 인지한 피해자 약 80명 중 일부는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히고 있어 쿠팡대책위는 이들을 중심으로 이달 중 집단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권영국 쿠팡대책위 대표는 “블랙리스트는 헌법상 국민 직업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고, 노조 가입 및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부당 노동 행위”라며 “개인 정보를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 ‘자사 취업 방해’ 사전동의·근로기준법 위반 등 여부 주목
향후 쿠팡과 피해자들 간 소송 과정에서는 해당 문건에 따른 근로자들의 개인정보 침해 여부와 해당 문건이 단순한 인사평가였는지에 대한 판단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근로계약서에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처리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계약직 근로계약서에는 ‘직원의 업무와 관련하여 정확한 정보를 수집, 보존하기 위해 회사는 직원에 대한 개인정보를 기록, 보관, 처리할 수 있고, 본 정보의 기록, 보관, 처리는 컴퓨터 파일, 서면 기타 형태가 될 수 있음에 직원은 동의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이를 채용 금지 등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근로자가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 다수의 시각이다.
또 언론사 재직자 일부는 자신들이 명단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던 경우가 대다수였던 만큼 쿠팡의 개인정보 침해 관련 중요한 증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정보 침해와 맞물려 쿠팡대책위는 쿠팡의 근로기준법 위반도 지적하고 있다. 해당 문건을 ‘자사 취업 방해용’으로 이용하면 불법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반면, 쿠팡은 자사 취업 방해 목적의 문건이 근로기준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와 관련한 공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근로자의 소명 절차가 없이 해당 문건 시스템에 따른 근로자 피해는 부당하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해당 문건을 ‘단순 인사평가 자료’로 판단할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쿠팡은 “직원 인사 평가는 회사 고유 권한이자 안전한 사업장 운영을 위한 당연한 책무”라며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보도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며, 비상식적이고 악의적인 보도 행태에 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소를 포함한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해당 문건에 쿠팡 본사가 개입했는지 여부도 법정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부분이다.
쿠팡대책위는 해당 문건 관리 사이트의 도메인이 쿠팡 인사팀 직원만 접근할 수 있는 사내 인터넷 주소이고, 도메인 주소에 ‘blacklist’(블랙리스트)가 명기된 만큼 쿠팡 본사 직원이 해당 문건을 관리해왔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언론사 재직자 명단이 경찰청 등 출입기자 명단과 비슷한 점 등도 쿠팡 본사 개입 여부 가능성을 높이고 있지만, 쿠팡은 이를 부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창원 기자 mediaeco@hanyangeconomy.com
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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