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백세인의 일침 “잡념 버리고 현재 살라”
백세인 생활 조사를 해보면, 움직일 수 있는 백세인은 거의 예외 없이 규칙적으로 부지런하게 살고 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한다는 강박적인 모습에서 오히려 안타까움을 느낄 정도였다. 때론 숭고한 노동의 가치를 수행하는 구도자의 모습 같기도 했다.
그런데 경북 예천군 상금곡리에서 만난 백세인 권점녀님은 일을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를 보여주었다. 허름한 집을 들어가자, 마당에는 콩뿐 아니라 토란이며 고추며 각종 작물이 가득 심어져 있었다. 이를 혼자 사는 백세인 할머니가 열심히 키우고 있었다. 서울에 살고 있는 하나밖에 없는 나이 여든 넘은 딸은 몸이 불편해져 오지 않는다고 했다. 조사에 동행한 지역 사회복지사는 “노인들이 집에만 있고 밖에 나가지 않으니까, 나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집 안 작물을 줄여야 한다”는 뜻밖의 의견을 말하였다.
이에 백세인에게 “혼자 지내느라 고생이 많겠다”고 하며 “보통 때는 어떤 생각이 드느냐?” 물었다. 그러자 백세인은 “생각하면 뭘 해! 생각하기 싫어서 낮잠도 안 자”라며 단호하게 답했다. 혼자 오래 살다 보면 옛 생각도 나고 가족, 친구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나지만, 과감하게 과거를 모두 털어 버리고, 지금 자신의 삶에 충실하기 위하여 잡념을 버리고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 보아야 어쩔 수도 없는 옛일들, 떠나버린 사람들이 생각난들 무엇 하랴, 과거에 대한 미련을 떨치고 오직 현재의 자신에 대하여 최선을 다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백세인의 모습에서 건강한 장수인의 초월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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