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특검’ 한국계 로버트 허 “당파적 입장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불법 보관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허 특별검사(사진)는 12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언급한 것은 “정당했고, 당파적 정치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허 특검은 지난달 수사 종결 보고서에서 불기소 결정을 내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기억력이 나쁜 노인’이라고 묘사해 미 정가에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허 특검은 이날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 기억력에 대한 특검 보고서상의 내 평가는 필수적이었고, 정확하고 공정했다”면서 “내가 기술한 내용은 증거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내가 믿은 것이자 배심원들이 인식하고 믿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억력에 대해 언급한 이유로는 “‘왜’(불기소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며 “내 결정이 신뢰를 얻도록 하려면 단지 불기소하고 거기서 그만둔다고 선언하는 것으론 부족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통령 시절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의혹을 수사한 허 특검은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불기소 결론을 내리면서도 ‘동정심이 많고 선의를 가졌지만, 기억력이 나쁜 노인’이라고 묘사해 파문을 일으켰다.
청문회에 앞서 공개된 바이든 대통령의 특검 인터뷰 녹취록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 보의 사망 시기를 비롯해 자신의 부통령 취임·퇴임 연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 연도 등 특정 사건의 시점을 헷갈렸다. 그는 2017년 1월 부통령 퇴임 직후 업무 관련 서류를 어디에 보관했는지 묻는 특검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 이 시기에 아들이 파병됐고, 또 죽어가고 있었다”고 한 뒤 “보가 어느 달에 사망했지? 세상에 5월30일…”이라고 말했다. 동석한 변호사가 “2015년”이라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보가 2015년에 사망했나?”라고 되물었다. 기밀문서가 사적 장소에 보관된 경위를 묻는 질문에도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다른 진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상세한 기억력을 보여줬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허 특검은 보 바이든의 사망 시기를 먼저 꺼내지 않은 것으로 녹취록에서 확인됐다.
이날 청문회에서 허 특검은 11월 대선에서 재대결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엄호하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았다.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문서 유출 혐의로 기소된 것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불기소하기로 한 결정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동일한 의혹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만 형사책임을 지우는 것은 ‘이중잣대’라는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허 특검이 보고서에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에 대한 언급을 넣은 배경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등록 공화당원이자 과거 트럼프 행정부에서 연방지검장에 오른 허 특검이 정치적 의도로 논란의 문구를 집어넣었다는 주장이다.
한국계인 허 특검은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가족의 미국 이민사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미국에 온 이민자들의 아들이자 가족 중 처음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이로서 감사한 마음으로 공직을 수행해왔다”며 “미국이 아니었다면 내 부모와 나의 삶은 매우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1973년 뉴욕에서 태어난 허 특검은 하버드대 학부와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윌리엄 렌퀴스트 전 연방대법원장의 재판연구원, 메릴랜드주 지방검찰청 검사, 법무부 차관보 보좌역, 메릴랜드주 연방지검장 등을 지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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