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처우개선위에 노동자 자리는 없다?

박영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 2024. 3. 1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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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당사자가 배제된 '사회복지사 등 처우개선위원회'

사회서비스·돌봄 노동자 중 처우와 지위 향상에 관한 법적 의무가 국가 차원으로 보장된 집단은 '사회복지사 등'이 유일하다. 2011년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법률)'이 제정되었기 때문이다. 법 시행 이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투어 조례를 만들었다. 서울만 하더라도 몇 해 전 모든 시군구의 조례가 완성되었다. 중앙정부부터 시·도에 이어 시·군·구까지 사회복지사의 처우를 일관되게 약속한다. 이처럼 대대적 지원이 확보된 직종이 또 있을까 싶다. 법률이 제정된 지 10년이 넘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이 세월 동안 과연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을까?

2021년 사회복지사 통계연감 결과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 보수체계의 문제로 조사 응답자의 49.7%가 보수 수준 자체가 낮다고 답했으며 16.1%는 복지부 인건비 가이드라인이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인 점을 지적했다. 또 2020년 실태조사에서는 17개 시도 중 무려 12개 시도에서 인건비 수준이 복지부 가이드라인에 못 미치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전히 열악하다는 것이다. 법률 시행에 따른 실효가 보이지 않고, 현장의 체감도가 낮다.

어쩌면 이러한 법률이 존재하는 사실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다. 얼마나 처우가 나쁘고 지위가 낮았으면 법까지 만들었을까. 저임금을 비롯하여 모진 노동 환경은 길지 않은 한국의 사회복지 역사가 빚어낸 결과이다. 언제나 희생과 헌신은 미덕으로 여겨졌다. 낮은 임금을 받고 보상 없이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참고 감내해야 했다. 이러한 노동자의 고통을 기반으로 지금의 사회복지서비스가 성장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처우개선위원회가 되기를 희망했다

이런 와중에 중요한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시행됐다(법률 제18617호, 2021. 12. 21., 일부개정). 개정 요지는 처우개선위원회를 신설하고, 처우개선 등을 심의하는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위원회는 보건복지부(중앙위원회)뿐만 아니라 시도, 시군구(지역위원회)까지 두도록 했다. 2022년 6월 개정 법률 시행 후 시행령도 연달아 개정하여 체계를 갖췄다. 중앙위원회와 지역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시행령에 규정했고, 법률에서는 각 자치단체의 조례로도 정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에 이르러 전국 시도의 조례 개정과 위원회 설치가 잇따랐다.

위원회 신설이 법률의 낮은 실효성 문제를 타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관건은 그저 형식적인 위원회가 아니어야 한다는 점에 있었다. 전국 시도 중 고작 3분의 1만 준수한다는 복지부 가이드라인은 그 기준대로 보더라도 임금 수준이 매우 낮다. 이용시설의 사회복지사와 생활시설의 생활지도원 1호봉 기본급(월)은 2021년 191만300원, 2022년 198만9200원, 2023년 207만3500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에 가깝다. 아예 일부 지자체의 생활임금에 밑돌았다. 결국 위원회에 요구되는 우선적인 기능은 처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일이었다.

또 제도상으로 모호한 사용-종속 관계에 있는 '사회복지사 등'의 처지를 고려해야 했다. 사회복지사 등은 사실상 임금 교섭이 불가하여 제대로 된 노동기본권을 갖지 못했다. 노동자에 속하지만, 권리는 제한됐다. 여느 나라들처럼 정부-노동조합 간 초기업교섭 구조가 없는 조건에서 위원회는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겨졌다. 적정 임금과 대부분의 노동조건을 중앙·지방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구조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현장 노동자를 비롯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를 대거 위원회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었나

법률 개정에 따른 조례 개정 작업은 2023년 3월 24일 제주를 마지막으로 모든 시도에서 완료되었다. 물론 대구를 비롯한 7개 시도는 이미 조례에 위원회 조항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별도의 개정이 필요하지 않았다. 개정된 시도 조례에서는 '시도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개선위원회' 설치를 강행규정으로 두게 되었다. 위원회의 목적은 대부분 '처우개선 등의 심의'이며, 심의사항으로는 법령에서 정하는 처우개선 사항 등이 그대로 채택됐다. 거의 모든 시도의 조례에 담긴, 매 3년마다의 종합(지원)계획 수립과 실태조사를 위원회의 심의사항으로 둔 곳은 각각 13개, 6개 시도로 나타났다.

필자는 처우개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 현황을 분석하기 위하여 정보공개 포털(www.open.go.kr)을 통해 17개 시도 및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바 있다. 그 결과는 2023년 7월부터 8월까지 순차적으로 통보받았고, 이를 분석하였다. 먼저 시도의 지역위원회 설치 현황을 보면, 정보공개 시점을 기준으로 2023년 하반기 설치 예정으로 답변한 서울, 경남을 제외하고 15개 시도에 위원회가 구성되었음이 확인된다.

시도마다 10인~15인으로 구성한 전국의 처우개선위원을 다 합하면 총 192명이다. 시행령 제4조의5에서 명시한 위원 자격요건별로 구성비를 살펴보면, ①사회복지사 등의 처우개선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39명(20.3%) ②각 목의 단체가 추천하는 사람 93명(48.4%) ③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사람 등 노동관계 법령에 관한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 10명(5.2%) ④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사 등 처우개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36명(18.8%) ⑤기타 13명(6.8%)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위원 192명의 세부 구성비를 살펴보면 이러하다. 당연직 위원에 속하는 공무원이 19.3%로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 ▷학자 집단(교수 및 연구원, 17.7%) ▷시설장 및 법인의 장(17.2%) ▷사회복지 관련 직능단체의 장이나 부장(12.5%) ▷시설 중간관리자(사무국장·부장·과장, 7.8%) ▷광역 의원(6.3%) ▷협회장(시도 협회의 장이나 부장, 5.7%) ▷변호사 등 법률가(5.2%) ▷협의회장(시도 협의회 장이나 부장, 4.7%) ▷시민사회단체 및 당사자 단체 활동가(2.6%) ▷현장 노동자(1.0%) 순이다.

처우개선 당사자가 빠진 처우개선위원회

위와 같은 지역위원회의 구성은 서두에서 말한 희망 사항과 달라도 너무 다른 결과였다. 아래 그림을 보면 위원회 구성의 불균형 현상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당연직 위원에 해당하는 공무원을 제외하고 위촉직 위원 155명에 대해 다시 크게 현장 노동자, 시설장 등, 전문가 세 개의 집단으로 범주를 구분하여 각각의 구성 비율을 분석한 결과이다.

ⓒ박영민

가장 큰 문제는 위원회에 이해당사자인 노동자가 빠져 있는 사실이다. '현장 노동자' 집단에 시설의 중간관리자(사무국장, 부장, 과장) 이상 직위를 포함하더라도 10명 중에 한 명꼴에 불과하다. 전국 시도 중에서 이러한 '현장 노동자'를 위원으로 포함한 곳은 대구, 대전, 울산, 전북, 경북, 강원, 제주 등 7곳에 그친다. 그리고 만약 중간관리자 이상을 제외하면 현장 노동자는 전국적으로 2명(1.4%)밖에 없다. 그나마 대전이 유일한데, 조례에 '사회복지기관의 장과 직원을 각각 30% 이상씩 둘 것'을 특수하게 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반해 이 글에서 '시설장 등'으로 분류한 시설장, 법인 대표, 각종 협회와 협의회의 장 등의 비중은 지나치게 크다. 무려 전체 위원 중에서 절반이 넘는 규모이다(53.8%). 물론 이들 중에서도 일부는 처우개선 사업의 당사자에 속하겠지만, 또 다른 기준으로 본다면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상 사용자에 속하기도 한다. 더구나 직위별로 다른 호봉 기준이 있는 임금체계를 가진 환경에서 사용자의 입장을 과잉 대표할 수 있다. 후술하겠으나 현장 노동자에게 차별적인 논의를 조장하거나 방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불균형한 구성 및 낮은 대표성

이러한 구성의 편중은 시행령이 모호한 탓이 크다. 시행령 제4조의5 4항2호는 위원 추천권을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단체 ▷사회복지법인 등의 장으로 구성된 단체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개선 관련 시민단체에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체에 대한 정의가 매우 불명확하고 범주 구분이 모호하다. 가령 시도 사회복지사협회는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단체로 볼 수 있겠지만, 사회복지사 자격이 없는 다른 시설 종사자를 포괄하지 않고 있다. 수많은 사회복지 직능단체는 사회복지사 등이 구성한 단체인지, 사회복지법인 등의 장들이 만든 단체인지 직관적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개선 관련 시민단체는 도대체 어디를 말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시도마다 추천권을 가진 단체에 대해 서로 다르게 해석한다. 시도 협회만 하더라도 어떤 시도는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단체로 보았지만, 다른 시도는 사회복지법인 등의 장으로 구성된 단체로 보았고, 심지어 시민단체로 해석하는 곳도 존재했다. 결국 시행령에서 정한 범주와 상관없이 앞서 '시설장 등'으로 분류한 시설장과 협회장, 각종 직능단체의 장과 임원들이 위원회의 다수를 점하게 되었다.

보건복지부에 두는 중앙위원회도 마찬가지이다. 보건복지부는 필자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비공개를 통보했다. 그래서 어디에 추천권을 주었으며, 누가 추천을 받았고 최종 위촉된 위원의 위촉 근거는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다만 2022년 12월 시작한 위원회의 명단을 보니 지역위원회와 다를 바가 없었다. 협회, 협의회, 직능협회의 장이나 임원 위주로 위촉하였을뿐더러 처우개선 관련 시민단체의 몫은 뜬금없는 이용자 단체에 위임됐다. 법률전문가마저 모 외국인 투자 기업 법무팀 소속이다. 현장 노동자 또는 현장을 대표하는 위원은 잘 보이지 않는다.

'노동자 위원'을 위촉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걸까

처우개선위원회는 행정기관위원회에 속하며, 통상 소관 사무에 대한 독립적 수행이 가능한 행정위원회와 그러지 않은 자문위원회로 구분된다. 그리고 자문위원회는 위원회 결정사항의 행정기관 기속 여부에 따라 의결위원회와 심의위원회로 나뉘는데, 처우개선위원회는 자문위원회 중 심의위원회에 해당한다. 참고로 2023년 9월을 기준으로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자문위원회는 총 58개이다.

보통 행정기관위원회는 전문가의 자문도 필요하지만,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경청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최저임금위원회와 같이 당사자 간 이해가 주로 배치되거나 결정사항이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곳은 노동자 대표-사용자 대표-공익위원을 동수로 두는 편이다. 또 보건복지부 소관 위원회 중에서 국민연금심의위원회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으로서 근로자단체가 추천하는 자'를,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는 '노동자단체에서 추천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기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필자가 속한 민주노총만 하더라도 조합원과 노동자를 대표해서 참여하는 보건복지부 소관 위원회가 총 14곳에 이른다.

하지만 유독 처우개선위원회만이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이나 '노동자단체에서 추천하는 사람'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노동자의 처우, 즉 노동권 주제를 직접 다루는 위원회면서도 말이다. 사회복지사는 노동자가 아니란 말인지, 노동자로 표현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건지 무척 궁금하다. 그러면서도 모호하게 해석될 수 있는 단체에 추천권을 주었고, 결과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현장 노동자와 처우개선 당사자가 거의 없는 처우개선위원회가 되어 버렸다.

심지어 민주노총은 시행령 개정 과정에 의견을 개진하였고, 개정법 시행 이후 보건복지부의 위원 추천 요청에 따라 위원을 추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위촉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공식 입장은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언론사의 인터뷰와 토론회 석상에서는 노조가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중심이라 대표성이 낮다는 취지로 답하였는데,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결국 현 정부의 양대노총 배제 흐름과 맞물려 정부 주도의 결정을 전통적으로 비판하던 세력인 노동조합은 배제의 대상이 된 것이라 짐작할 따름이다.

처우개선위원회의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연말 보건복지부의 '2024 사회복지시설 관리안내 주요 개정사항'은 발표되자마자 큰 논란에 휩싸였다. 차별적인 정년 연장, 시설 재위탁 조건 및 시설장 상근의무 완화 등 공공성과 시설의 민주적 운영을 위협하는 내용도 문제거니와 사전 논의나 여론 수렴 없이 파격적으로 제안된 상황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이상했다. 다행히 원안이 그대로 유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논란을 두고 혹자는 보건복지부가 지나치게 일부 법인이나 시설장의 편을 들어 발표했기 때문이라 평했다. 물론 처우개선위원회에서 이 사안을 심의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만약 위원회가 심의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도 문제다). 그렇지만 장담컨대 만약 노동자 등 당사자가 다수 포함된 위원회가 존재했다면 이 논란은 애초에 등장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지금의 처우개선위원회야말로 개선이 시급하다. 첫째, 위원회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여야 한다. 노동자의 저임금 상황을 상수로 두고 성장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비판적으로 고찰해야 한다. 법률 제정에도 불구하고 적정 임금 보장 등 처우가 개선되지 못한 현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사명이 위원회에 있다. 특히 사용-종속 관계의 모호성으로 인해 노동기본권이 제약받는 사회복지 노동자의 임금 및 노동조건을 민주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하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

둘째, 노동조합 등 노동자단체의 참여를 명문화하고, 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위원회가 단지 형식적인 기구에 머무르지 않고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처우개선의 당사자이자 노동 주체를 배제하는 현재의 법령과 자치법규에 대한 전면 개정이 요구된다. 단기적으로는 보건복지부가 시도마다 겪는 혼선을 방지하고 현장 노동자의 참여를 향상하기 위한 행정규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 나아가서 실질적인 처우개선, 즉 노동권 문제를 제대로 심의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 결정에 기속을 갖는 성격으로 위원회 전환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박영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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