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블랙리스트’ 제보자 “사측은 더 이상 숨기지 말고 사과를”
쿠팡은 “자료 유출범” 몰아
피해자들 공익소송 나설 듯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을 언론에 최초 제보한 전직 인사팀 직원이 공개석상에 나와 “쿠팡은 더 이상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숨기지 말고 책임 있는 사과와 법적 책임을 다하라”고 말했다. 쿠팡 블랙리스트 제보자 김준호씨는 13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쿠팡은 블랙리스트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MBC는 쿠팡이 물류센터를 거쳐간 1만6450명의 재취업을 제한하려고 ‘PNG 리스트’라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운영했다고 보도했다. 쿠팡은 ‘정상적 인사평가 자료’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쿠팡풀필먼트 이천 호법센터의 HR채용팀에서 일하며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게 됐다. 김씨는 인사 관련 파일들에서 이름이 ‘JTBC 작가’라고 적힌 경우, 채용 제한 사유에 ‘기자 추정’ ‘기자’가 적힌 경우 등을 봤다고 했다.
김씨는 “퇴사한 뒤라 증거가 없어 공론화를 포기하고 있었는데, (회사에 남아 있던) 동료가 꼭 폭로하고 싶다고 제보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PNG 리스트는 인사팀 직원이라면 누구든 쿠팡 내부망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자료”라면서 “쿠팡은 블랙리스트를 체계적으로 운영하며 관리했다”고 했다.
김씨는 인사팀 직원들이 해당 센터 근무자들의 이름과 개인정보를 엑셀 파일에 옮겨붙이면, 일부 근무자들의 이름 옆에 ‘사평(사원평정)’이라는 표시가 자동으로 떴다고 했다. 이 ‘사평’ 대상자들이 등록된 리스트가 PNG 리스트였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 “근무 당시 사원평정 대상자들을 채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쿠팡은 언론 보도 이후 김씨를 두고 “직원과 공모한 민주노총 간부”라며 “과거에도 회사 기밀을 탈취하려다 적발된 적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책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근무 당시 퇴근 후에 본사 직원과 인센티브 대상자 정리 업무를 하던 중, 진행이 더뎌서 관련 파일을 보내달라고 (직원에게) 요구했지만 보안 문제로 발송이 안 된 일을 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쿠팡 관계자는 “민주노총과 MBC는 자료 유출 목적으로 회사의 영업기밀 자료를 탈취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김씨와 조력자 A씨를 공익제보자인 것처럼 둔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블랙리스트 등재 피해자를 모아 무료로 집단 공익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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