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공수처장 지명 2주째 지연…총선 앞 이종섭 등 수사 발목 잡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 처장 후보 2명을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은 2주가 다 되도록 최종 후보를 지명하지 않고 있다. 수사를 총괄하는 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공수처의 현 정부 관련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현 정부 사건 수사를 표류시켜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윤 대통령은 13일에도 공수처장 최종 후보를 지명하지 않았다. 추천위가 지난달 29일 판사 출신 오동운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 변호사를 처장 후보로 추천하고 13일이 지나도록 윤 대통령은 최종 후보 지명을 미루고 있다. 공수처법은 추천위가 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처장 후보 지명이 지연되는 데 대해 “인사검증 절차에 있다”고만 설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12월 추천위의 추천이 있은 지 이틀 만에 속전속결로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을 지명한 것과 대비된다.
초대 처장과 차장이 지난 1월 임기를 마치고 공수처를 떠난 뒤 현 정부 사건 등 주요 사건 수사 속도는 더뎌진 상황이다. ‘감사원 표적감사 사건’의 경우 지난해 말 핵심 피의자인 유병호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가 진행됐지만 주요 관련자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채 상병 사건’도 고발 5개월 만인 지난 1월 첫 압수수색을 했으나 최근 출국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주호주대사)을 제외한 다른 주요 관련자를 조사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도 없었다. 수사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는 공수처 지휘부가 2개월 가까이 비어 있는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수처는 일단 수사가 거의 마무리된 ‘경무관 뇌물수수 사건’과 ‘임은정 부장검사·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공무상 비밀누설 사건’부터 처분할 방침이다. 지휘부가 없는 상황이어서 정치적 논란이 덜한 사건부터 처리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처장 후보 지명을 최대한 미루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4월 총선 전까지 처장 자리를 공석으로 둠으로써 정부와 여권에 불리한 수사를 지체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하고 출국금지를 해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공수처가 (지난해) 9월부터 수사에 들어갔다는데 3월이 될 때까지 출국금지만 계속 연장하고 한 번도 (이 전 장관을) 부른 적이 없다.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이 전 장관이) 출국했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수사 지연 책임은 공수처에 있다는 것이다.
새 처장이 임명되려면 빨라도 한 달 넘게 걸릴 공산이 크다. 윤 대통령이 당장 후보를 지명한다 해도 국회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어서 인사청문회를 위한 의사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다. 공수처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준비단 가동을 준비하고 있는데 처장 후보 지명이 지체되고 있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있지만 빨리 처장이 임명돼서 이런 사건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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