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과 좀먹을라’…양구 과수원 83곳 과수화상병 예방 ‘진땀’
사전예방 전담관리제도 운용…‘명품 사과’ 주산지 보호
13일 오전 11시 강원 양구군 해안면의 한 과수원 앞. 비무장지대(DMZ)와 인접한 해발 600m의 전방 고지대인 이곳은 3월 중순임에도 잔설이 남아 냉기가 감돌았다. 방역복과 덧신을 착용한 12명은 과수화상병에 걸린 사과나무가 발견된 경우 표시할 ‘노란색 띠지’를 나눠 가진 뒤 곧바로 16만5300여㎡(약 5만평) 규모의 과수원으로 이동해 예찰 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과수원에 줄지어 늘어선 사과나무는 1만5000여그루에 달한다. 4명씩 3개 조로 나눠 위생장갑까지 끼고 비탈진 과수원을 오가며 사과나무의 감염 여부를 꼼꼼히 살피던 이들의 이마에선 이내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과수화상병은 사과나 배나무의 꽃과 잎이 화상을 입은 듯 검게 말라 죽는 세균성 검역병이다. 전염성이 강하고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과수 구제역’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감염되면 주변 나무까지 뿌리째 뽑아 매몰해야 한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8년 전 부모와 함께 귀농해 이 과수원을 운영하는 김대현씨(40)는 “과수화상병은 전파력이 강하고, 막대한 피해를 줘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며 “과수원 규모가 커 전체를 살피는 데 한계가 있었는데 공무원들이 이렇게 도와주니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우리 과수원에선 별문제가 없었지만 동네 일부에서 발병한 사례가 있어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은 이날 해안면의 83개 과수원 127㏊에 식물방제관과 예찰요원 등 103명을 투입해 과수화상병 감염 여부를 파악하며 궤양 제거 작업을 시행했다. 또 지난해 6월 이 일대 7개 과수원(1.5㏊)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점을 고려해 해안면 전체를 과수화상병 확산 우려 지역으로 지정하고, 사전예방 전담관리제를 운용하고 있다. 양구군 역시 올해 방제 약제 공급을 3회에서 4회로 늘리고, 해안면 지역 2곳에 대인소독소까지 설치했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방제 활동에도 과수화상병은 2015년 미국에서 유입된 이후 발병 사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34개 시군 1167㏊에서 과수화상병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관계당국이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강도 높은 예찰 및 방제 활동을 벌이는 것은 DMZ와 인접한 접경지인 양구 지역이 새롭게 부상한 ‘명품 사과’의 주산지이기 때문이다.
사과는 서늘한 곳에서 잘 자라는 ‘호냉성(好冷性) 과수’다. 1960년대까지 대구가 주산지이던 사과의 생육 한계선은 경북을 거쳐 최근 경기 연천과 강원 양구·철원·인제까지 북상했다.
양구에서 사과가 본격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다. 이후 사과 재배면적은 2005년 15㏊, 2017년 125㏊, 2021년 218㏊, 2022년 258㏊, 2023년 290㏊ 등으로 급속히 늘어났다.
2021년과 2022년에 열린 대한민국 대표 과일 선발대회에서 연이어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맛과 품질이 뛰어난 ‘양구 사과’는 다른 지역 사과와 비교해 1.5~2배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5~6년 전부터 사과 1개당 경매가가 8400여원에 달하고, 소비자가격이 1만원에 육박할 정도다.
농민들은 “일교차가 15도 이상 나는 해발 500~600m 고지대인 해안면 펀치볼 마을에서 생산되는 사과의 당도는 16브릭스(brix) 이상이어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지난해 200여농가에서 4500t의 사과를 생산해 135억원가량 소득을 올렸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몇년 전부터 사과 재배기술을 가진 경북·충청 지역 농민 20여명이 양구로 이주해오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유범선 강원도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은 “과수화상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약제 살포와 농작업 도구 소독을 철저히 하고 외부인의 과수원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며 “명품 사과 산지를 지키기 위해 예찰과 방제 활동을 지속해서 강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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