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식품기업 19곳 불러 “물가안정 협조” 또 당부
5개월간 20차례나 만나 읍소
원재료 가격 변화 반영 주문
일각선 “계약재배 확대” 해법
먹거리 물가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정부가 13일 식품업계 대표들을 또다시 소집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정부는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지만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부작용만 키우는 ‘찍어 누르기’식 가격 정책보다는 계약재배 물량 확대와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등 19개 식품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1~2년 전에 비해) 곡물과 유지류 등 국제 원재료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제품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원재료 가격 변화를 반영해 물가안정에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지난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를 보면, 곡물가격지수는 113.8(2014~2016년 평균=100)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170.1)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같은 달 고점(251.8)을 찍었던 유지류가격지수도 지난달엔 120.9까지 낮아졌다.
농식품부는 또 특정 수입 물품에 대해 한시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할당관세도 추가 연장한 만큼 가격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업계 건의에 따라 올 1월부터 원당과 감자 등 7개 품목, 27개 식품 원재료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가격 인하가 어려우면 최대한 인상이라도 억제해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농산물 등 먹거리 물가가 들썩일 때마다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읍소’해왔다.
지난해 추석 직후인 10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농식품부와 업계 실무진들의 공식 만남 횟수만 20차례 정도다.
당국의 당부가 먹힐지는 의문이다. 일례로 농식품부는 지난해 추석 전후인 9월 초와 10월 초 주요 식품기업 대표들을 만나 물가안정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업계는 재료값과 에너지 비용, 물류비 등 원가 상승을 이유로 유제품, 주류, 햄버거 등의 가격을 잇따라 인상했다.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도 기승을 부렸다. 한국소비자원이 언론보도를 통해 언급된 상품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실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2022년 12월∼2023년 11월) 사이 9개 품목, 37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윤병선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정부와 소비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기업 입장에서는 국산 대신 값싼 해외 원료를 들여와 원가를 줄이려고 할 텐데, 이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기업이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으면서 원가를 낮출 수 있도록 계약재배 물량을 늘리는 등 장기적 관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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