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동안 ‘호남 보수’ 외길 지역감정 없는 나라 살고파”[총선 기획, 다른 목소리]

조문희 기자 2024. 3. 13.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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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국민의힘 전북도당 임석삼씨
임석삼 국민의힘 전북도당 수석부위원장이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익산시장 후보로 나서 연설하고 있다. 임석삼 수석부위원장 제공
험지서 한평생 맨땅에 헤딩
정치에 짝사랑은 없다 생각
한동훈 전주 출마 바라기도

임석삼 국민의힘 전북도당 수석부위원장(67)의 정치 이력은 38년 ‘외길 인생’으로 요약된다. 전두환 정권 말기 전북 익산 지역구 의원인 민주정의당 조남조 의원 아래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뗀 이래 그는 한평생 보수 험지 호남의 보수 당원으로 살았다.

정치 경력이 곧 사회생활의 전부였지만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둔 적은 없다. 여러 번 선거에 도전했지만 한 번도 당선되지 못했다. 그가 출사표를 내민 곳은 늘 출생지인 익산이었다. 1995년 시의원, 2008년 익산 지역구 국회의원, 2022년 익산시장 선거에 공천받았다. 결과는 매번 9%를 살짝 웃도는 득표 수준에서 그쳤다.

“친구들이 ‘또라이’래요. 맨땅에 헤딩, 계란으로 바위 치기 한다고.” 득표율이 15%는 넘어야 선거비용이라도 돌려받는데, 호남에서 보수정당이 그 이상 표를 받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같은 당 정운천 의원(현 비례대표)이 2016년 20대 총선 때 전북 전주을에서 37.53% 득표로 당선된 적 있지만 민주당·국민의당·새누리당의 삼파전 구도와 개인 능력이 결합한 이례적 사례였다.

선거에 나선 그가 명함을 내밀면 일부 시민들은 “국민의힘이냐”며 손을 뿌리쳤다. 명함을 찢는 사람도 있었다. “저는 괜찮지만, 도와주러 나온 가족 앞에서 그러는 분도 있더군요.” 익산을 떠나 서울에 직장을 잡은 딸에게도 당시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길에서 누가 팸플릿을 나눠주면 그걸 다 받는대요. 가방에 넣었다가 나중에 버리더라도 눈앞에서 뿌리치진 못하겠다고.”

4·10 총선 전망도 밝지 않다. “지금 인기가 대단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면 또 모르지만요. 저는 그걸 바랐어요. 전북의 심장, 정치 1번지 전주에 한 위원장이 출마해주면 분위기 쇄신이 되잖아요.”

그의 바람은 현실이 되진 못했다. 당내 호남 ‘네임드’(이름난 인사)인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김가람 전 최고위원은 각자 정치적 고향으로 꼽는 전남 순천, 광주 출마 대신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에 지원했다. “위에서 바람을 일으켜줘야 ‘나도 해볼까’ 생각하지, 그런 게 없는데 누가 험지에 오겠어요.” 당은 2008년 18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호남 전 지역에 후보를 냈다며 홍보하지만 후보를 내는 것과 득표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중앙정부 및 당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전북 시민들도 변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짝사랑은 없다. 중앙정부의 사랑을 받으려면 이쪽에서도 표로 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임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비례 출마를 지원한 조배숙 도당위원장 자리에서 전북 지역 국민의힘을 지키고 있다. “호남에서도 국민의힘 당원·지지자들이 어깨를 펼 수 있는, 지역감정이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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