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례 8명 제명…의원 ‘꿔주기’ 꼼수 시작
비판 의식한 듯 명단 안 밝혀
비례투표서 두 번째 칸 목표
조국혁신당 등 의석수 변수
국민의힘은 13일 중앙윤리위원회를 열어 비례대표 의원 등 8명에 대한 제명 징계를 의결했다.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로 의원을 꿔주기 위한 꼼수다. 비례대표 의원은 당에서 제명되는 경우에만 의원직 상실 없이 당적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비판을 의식한 듯 징계 사유와 의원 명단은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힘 윤리위원인 전주혜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윤리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 회의에서 8명의 의원을 제명 의결했다”고 밝혔다. 제명은 국민의힘 징계 중 최고 수위 조치다. 징계를 받는 의원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치권에 따르면 비상대책위원인 김예지 의원을 비롯해 김근태·김은희·노용호·우신구·이종성·정경희·지성호 의원 등이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의원은 징계 사유에 대해서는 “당헌·당규에 따라서 했다”면서도 “국민의미래에서 몇분의 의원들이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제명 절차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당규에서 징계 사유를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정당한 이유 없이 당명에 불복하고 당원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당의 위신을 훼손했을 때’ ‘당 소속 국회의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음에도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 기일에 불출석했을 때’ 등 4가지로 규정하는데 이들의 제명이 어떤 사유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이다.
명확한 징계 사유를 밝히지 않는 것은 이번 제명이 비례대표 의원들의 의원직을 유지한 채 국민의미래로 보내기 위한 사실상 꼼수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의원은 합당이나 정당 해산, 제명 외 방법으로 당적을 변경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의원 꿔주기를 통해 국민의미래는 비례대표 투표 시 두 번째 칸(기호 4번)에 위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총선처럼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를 모두 투표용지 두 번째 칸에 배치해 홍보 효과를 얻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는 기호 1번과 2번으로 들어가야 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음에 따라 기호 3번이 첫 번째, 기호 4번이 두 번째 칸이 된다.
변수는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등의 의석수다. 더불어민주연합과 제3지대 정당들이 현역 의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국민의미래의 최종 의석수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타 정당들이 8석 이상을 확보하면 국민의힘은 추가로 의원을 제명해 국민의미래로 보낼 가능성이 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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