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에 ‘도주대사’라는 이재명…“개구멍으로 탈출, 도로 잡아오겠다”
정봉주 후보의 ‘목발 경품’ 발언 논란에는 “다시 사과 말씀드렸다” 강조
조수연 국민의힘 후보의 ‘일제 옹호’ 발언에는 “친일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부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류삼영 서울 동작을 후보 지원 유세장에서 해병대 병사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핵심이자 호주대사로 부임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도주대사”라 부르면서 “도로 잡아오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일대에서 진행된 류 후보 지원 유세에서 ‘이종섭 전 장관이 개구멍으로 탈출했다’며 이같이 쏘아붙였다.
앞서 지난 4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이 전 장관은 재직 당시 발생한 ‘채상병 사망 사건’ 조사 과정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요청으로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졌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후 한 차례 공수처 출석 조사를 받고 8일 법무부의 출금 조치 해제가 결정된 이 전 장관은 이틀 후 호주로 출국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호주대사 취임 후 호주 정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신임장은 다른 국가에 파견되는 대사가 자국 국가원수에게서 받아 주재국 국가 원수에게 제정하는 문서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신임장 원본을 받지 않아 그는 사본을 갖고 출국했었다. 신임장 원본을 주재국 원수에게 제정하기 전에 사본을 외교부에 제출하면 대사로서 활동이 가능하다.
같은 당 정봉주 강북을 후보의 ‘목발 경품’ 발언 논란 질문에 이 대표는 “민주당에 목발 어쩌구 발언을 한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지인 것 같다”며, 질문을 듣지 못한 주변 지지자들에게 구체적인 질문 내용부터 알렸다.
이어 “우리 민주당 후보 한 분이 과거 아주 오래전에 특정 발언을 한 데 대해 본인이 당시 발언 직후 사과했고, 또 그 영상도 즉각 내려놨다”며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난 점 양해드리고, 다시 사과 말씀을 드렸다는 이야기도 오전에 (당사자가)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실수, 잘못된 표현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며 “(논란 후 사과 등은) 책임을 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정 후보는 2017년 한 유튜브 방송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을 두고 패널들과 대화하던 중 “DMZ(비무장지대)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었다.
2015년 8월 경기 파주시 DMZ에서 수색 작전을 하던 우리 군 장병들이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다리와 발목 등을 잃은 사건을 언급한 것으로 의심받았는데, 국민의힘은 정 후보의 당내 경선 승리 후 “국군 장병들을 모독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 올린 정 후보는 “과거 ‘목발 경품’ 발언 직후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 영상 등을 즉시 삭제했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으로 과거 제 발언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리에서 조수연 국민의힘 대전 서구갑 후보의 과거 일제 옹호 발언을 더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친일 왜곡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며 “일본의 지배가 조선보다 훨씬 낫다, 지배받는 것이 낫다는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이토히로부미는 인재다’ 같은 발언은 실수가 아니라 깊은 사고 속에서 나온 ‘의식’”이라고 부각했다. 이어진 “이 점을 우리 국민들께서 평가하실 것”이라는 이 대표 말에 주변에 있던 민주당 지지자들도 ‘심판합시다!’를 크게 외쳤다.
조 후보는 2017년 8월25일 자신의 SNS에 ‘광복절과 국치일’에 대한 글을 올리면서 “백성들은 진실로 대한제국의 망국을 슬퍼했을까. 봉건적 조선 지배를 받는 것보다는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고 썼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당시 글에서 조 후보는 “망국의 주된 책임자로 이완용 등 친일파를 지목하고 그들에게 화살을 날리며 분풀이하지만 친일파가 없었으면 대한제국이 망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논평에서 “식민 지배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일제의 식민 지배 역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며 “민족의 고통을 외면하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막말로, 민족의 배신자인 친일파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수연 후보는 전형적인 친일 식민사관과 일본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글로 대전시민을 혹세무민하지 말고 사퇴하기 바란다”고 직격했다.
조 후보는 13일 SNS에 “2017년 여름 반일감정을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일부 지식인들이 있었다”며 “이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표현이 있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문제가 된 ‘봉건왕조 지배보다 일제강점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던 주장에는 “당시 백성의 아픔을 이해하자는 차원을 넘는 실언이었음을 사과드린다”며 “관련 부분은 즉시 삭제했다”고 밝혔다.
자신은 정치에 뛰어들기 전이었던 점을 감안해 달라면서, 조 후보는 “저는 이완용이라는 매국노를 아주 싫어하며 한 번도 이들을 옹호한 적 없고, 오해 소지가 있게 표현된 점은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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