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동맹 강화·낙태권 보호” vs 트럼프 “미국 우선·이민 통제” [심층기획-美 대선 ‘바이든 vs 트럼프’]

대의원 매직넘버 확보… 본격 정책대결
바이든, ‘낙태 합법화 판결’ 폐기 복원
동맹 규합 경제·안보 다자협의체 구성
부자 증세 통해 사회 안전망 강화 추진
불법 이민자 급증, 대선 최대 약점 부상
트럼프, 고립주의 외교 노선 회귀 천명
고강도 관세 등 글로벌 무역전쟁 예고
감세 정책 속 ‘오바마케어’ 폐지 재추진
낙태 금지 가능성 시사에 후폭풍 주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를 방문해 부자 증세를 예고하고, 의료비 절감, 보육비 인하 등 중산층을 지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어떤 대통령보다도 4년 만에 적자를 가장 많이 늘렸다”고 공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CNBC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중산층은 길을 잃었다”면서 “중산층이 우리나라를 건설했는데 그들은 정책적으로 매우 나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누적 인플레이션을 50%나 끌어올렸다고 주장하고, 국민이 지옥을 겪고 있다고 공격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12일 열린 경선에서 각각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기 위한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며 오는 11월5일 대선까지 8개월에 걸친 치열한 정책 경쟁에 돌입했다. 대선 최대 이슈인 이민 문제, 낙태 문제를 포함해 외교·통상, 의료, 세제 정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정책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재선에 도전하는 만큼 재임 기간 추진했던 정책을 강화하면서 상대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트럼프 ‘이민’, 바이든 ‘낙태’ 이슈 충돌

11월 대선을 앞두고 주요 여론조사 등을 종합하면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로 이민 문제가 꼽힌다. 전현직 대통령이 지난달 같은 날 동시에 멕시코 국경을 찾아 이민 정책을 두고 공방을 주고받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불법 이민 문제를 포함한 국경 보안 및 출입국 관리 문제를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부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불법 이민자가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인 30만2000명을 기록하자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관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군 병력 투입을 통한 이민자 추방 작전을 예고했고, 재임 시절 도입한 국경 망명 신청 중지 규정인 ‘타이틀42’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기 국가 안보에 위협이 안 되는 이민자 추방 조치를 중단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 이민 정책 완화를 추진했지만, 이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국경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민 문제가 바이든 대통령의 약점이라면 낙태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핵심적으로 쟁점화에 나설 이슈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수 우위’ 미 연방대법원이 2022년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것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공화당이 여성의 생명과 권리를 박탈했다며 여성의 낙태권 보장 강화 등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 문제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재선에 성공하면 연방 차원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변을 피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임신 16주 이후 낙태 금지 가능성을 시사하며 낙태 금지에 힘을 실었다.

◆‘미국 우선’ 트럼프, ‘동맹 중시’ 바이든

외교 정책 분야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이가 분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및 고립주의를 폐기하고, 동맹 복원을 통한 다자 협의체 구성에 집중했다.

재임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까지 시사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에도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부추기겠다는 발언을 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고립 외교를 예고했다.

통상 분야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동맹국을 규합한 경제공동체를 구성해 협력 강화를 추진하는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중심으로 한 통상 정책을 예고했다. 전현직 대통령이 외교 정책 분야에서 대중 강경책을 고수하는 것은 공통점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을 겨냥, 모든 수입 제품에 기존 관세에 10%포인트를 추가 인상하는 고강도 관세 부과를 가능성을 시사하며 글로벌 무역 전쟁을 예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 국민 건강보험법 ‘오바마케어’ 폐지를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자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 한도 제한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대표적 입법 성과로 내세우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한 의약품 가격 인하를 밀어붙이고, 응급 의료비 제한, 메디케어 재원 확충을 위한 고소득자 세율 인상 등을 통해 의료 분야에서의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세제 정책 분야에서도 전현직 대통령의 정책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기업 법인세에 최저한세(21% 세율)를 적용하고, 상위 0.01%에 해당하는 거부들에게는 소득세 최저세율 25%를 적용하는 등 ‘부자 증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인 소득세와 법인세를 인하하고, 상속세에 대한 비과세를 강화하는 등 감세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