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은퇴준비는 오래 일하기···'500클럽(500개월 월급받기)'가입해야죠"
4번째 은퇴 저서 '60년대생이 온다' 발간
1·2차 베이비부머 860만 은퇴 쓰나미
내년 진입 초고령사회, 일자리 연착륙 과제
선진국 40년 일하나 우리는 30년 남짓
독하게 맘 먹고 고난도 자격증 도전을
"10년 뒤 미래요? 75세까지 일할 작정"
“400클럽·500클럽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400개월(33년 4개월) 일하고 월급을 받으면 400클럽이라고 해서 주변에서 다들 대단하다며 입을 딱 벌립니다. 그런데 100세 시대에는 400클럽을 넘어 500클럽(41년 8개월)에 가입해야 할 것입니다.”
국내 최고의 ‘은퇴 전문가’로 불리는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은 자신의 네 번째 저서 ‘60년대생이 온다’ 출간을 계기로 13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최고의 은퇴 준비는 노동시장에 최대한 오래 머무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김 고문이 2013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은퇴연구소장을 맡은 후 10여 년 동안 던진 일관된 메시지기도 하다. 그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채권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은퇴연구소장, 투자와연금센터 대표를 거쳐 2년여 전 고문을 맡아 은퇴 준비와 관련된 강연과 강의(서강대 경제대학원),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강연(유튜브 포함)만 150여 차례 하는 등 현역 못지않게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 고문은 책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대뜸 연초 개봉한 일본 영화 ‘플랜75’ 이야기부터 꺼냈다. 이 영화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 정부가 노인 부양에 허리가 휘는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75세 이상 노인의 죽음을 지원하는 정책을 소재로 삼았다. 김 고문은 “일본 단카이 세대(2차 대전 후 태어난 베이비부머)는 젊은 세대에 짐을 떠넘겼다고 해서 흔히 ‘도망치는 세대’라는 비판을 받는다”며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초고령사회(노인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하는데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는 게 책을 쓴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60년대생이 온다'는 책을 낸다고 하니 젊은 후배들이 (흘러)가는 세대인데 ‘온다’라는 말부터 난센스라는 반응을 보이더라”고 소개하면서 “초고령사회의 충격이 들이닥치는 동시에 이들 세대가 앞으로 20~30년 동안 초고령사회의 주역이 된다는 이중적 의미”라고 설명했다. 1·2차 베이비부머(1955~1970년생) 수는 자그마치 860만 명. 투표권을 보유한 강력한 보팅파워를 행사하는 데다 앞선 7080세대와 달리 학력과 자산 축적도가 높다. 앞으로 저성장·초고령화의 충격은 1960년대생이 노동시장에 연착륙해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논지다.
그는 ‘500개월 월급 받기’와 관련해 “늙어 죽을 때까지 일만 하라는 말인가 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근로 기간은 생애 기준으로 보면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짧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법정 정년은 60세로 일본의 70세에 비해 이르고 서구 국가의 65세에도 한참 못 미친다. 또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시기도 대학 진학과 입영, 취업 재수 등으로 늦은 편이다. 노동시장에 늦게 진입해 일찍 은퇴하고 자녀 부양으로 노인 빈곤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연금 대체소득률 40%는 40년 일했을 때의 기준이고 실제로는 20% 중반에 불과하다”며 “노후 준비와 직결되는 연금의 많고 적음은 노동시장 참여 기간에 비례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해서 법정 정년을 무조건 연장하자는 말은 아니다. 김 고문은 “정년 연장은 직무급제 도입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정년 연장의 혜택이 젊은 층의 취업 선호 직장인 공기업·대기업과 금융회사 장년층에 돌아가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몇 년 전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 이야기’가 화제를 모은 적이 있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은퇴자의 재취업 시장은 흔히 중고 자동차 시장에 비유됩니다. 최상품과 최하품 사이의 2~9등급은 다 같은 취급을 받아요. 은퇴 후 재취업에서 베스트 시나리오는 동종 업종 취업인데 관건은 전문성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눈높이부터 낮춰야 합니다.”
그는 “주된 직장에서 은퇴한 뒤 재취업하려면 대입 수험생의 심정처럼 독한 마음을 갖고 2~3년 준비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감정평가사처럼 진입 장벽과 난도가 높은 자격증을 따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이어 “최저임금 수준인 월 200만 원 일자리를 하찮게 생각하면 안 된다”며 “지금은 다소 금리가 높지만 연 1~2% 금리 시대로 돌아가면 그런 일자리의 소득이 금융자산 10억 원을 보유하는 것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60대까지는 노동시장에 남아 근로소득과 국민연금을, 70대에는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을 노후자금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은퇴 자산의 배분에 대해서는 “이자와 배당이 나오는 인컴자산(채권·리츠) 70%, 주식 같은 위험자산 30%로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10년 뒤 김 고문의 미래 모습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75세까지는 일할 작정입니다. 50대 초반이던 은퇴연구소장 6년 차 때부터 현재의 일을 인생 후반전으로 설계해도 괜찮겠다 싶었죠. 뜻하지 않게 맡았던 은퇴연구소가 평생 직장처럼 됐네요.”
권구찬 선임기자 사진=이호재 기자
권구찬 선임기자 chan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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