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핫플-부산 남] 현역 외나무 승부…남구 민심은 반반
- 국힘 박수영vs민주 박재호
- 선거구 합구로 맞대결 성사
- 대다수 주민 박빙승부 예측
“어무이 잘 계셨지요. 수영이 또 왔어요.” 13일 부산 용호동 용호골목시장. 국민의힘 박수영(남갑·초선) 의원이 나물을 파는 80대 할머니에게 환하게 인사를 건네자 “아이고, 수고한다”는 격려가 돌아왔다. 이 할머니는 “어제 재호도 왔다 갔니라. 단디 해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수영 의원은 “주말에 마누라랑 같이 또 올 겁니다”고 할머니의 손을 다시 한번 꽉 잡았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남을·재선) 의원은 대연동 못골시장 골목을 누볐다. “행님, 반갑습니다. 사람은 박재호 찍으이소.” 박 의원이 만난 70대 남성은 “인제 통합됐제. 지역이 넓어서 욕본다. 애 많이 써야겠드라”면서 어깨를 토닥였다. 박 의원은 동행한 기자에게 “선거에 세 번 떨어지고 많이 배웠다. 사람은 똑똑한 것보다 겸손해야 한다”며 “부산에서 쉬운 선거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에서 두 현역 의원 간 ‘총성 없는 전쟁’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4·10 총선을 불과 41일 앞둔 지난달 29일 선거구 획정으로 남갑·을 선거구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여야 현역 의원 간 맞대결이 성사됐다. 남구는 보수정당 지지세가 다소 강한 지역이지만, 여당의 국정안정론과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이번 총선 민심은 어느 한쪽의 승부를 장담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지난 1년간 합구를 염두에 두고 상대 지역구에서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분주하게 지역 표밭을 누볐다. 높은 친화력을 자랑하는 두 후보인 만큼 이날 만난 대다수 주민은 박빙 승부를 예측하며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선거인수 30% 용호동 ‘캐스팅보트’…대학가 표심도 촉각
- “힘 있는 여당 박수영 도움 확신”
- “합구 돼도 박재호 의리 지킬 것”
- 팽팽한 민심 향방이 관전포인트
- 오륙도선 추진 여부 최대 관심사
- 청년층 “일자리 공약 후보 지지”
13일 용호골목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한 50대 상인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용호동이 자신이 지역구가 아닐 때도 시장 숙원사업이던 아케이드 내 쿨링 포그(물안개 분사장치) 설치 예산을 따는 데 큰 도움을 줬다”며 “힘 있는 여당 의원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인근 60대 횟집 사장은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20년 넘게 용호동을 살뜰히 챙겨왔다. 합구가 돼도 박재호 의원에 대한 의리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 말을 들은 또 다른 주민은 “박재호 의원이 사람은 좋은데, 야당이라서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남갑·을 전체 선거인수(21대 기준, 23만5282명)의 30%를 차지하는 용호1~4동(6만6927명) 표심이 승패를 가르는 ‘캐스팅 보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용호동(1~4동)은 박재호(재선) 의원의 지역구인데, 지난 21대 총선에서 4000세대 규모 LG메트로시티가 있는 용호1동과 용호2동에서 상대 후보에게 졌고, 용호 3~4동에선 근소하게 이겼다. 21대 총선에서 남갑의 박수영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강준석 후보를 11.05%포인트(p) 차로 승리했고, 남을 박재호 의원은 미래통합당 이언주 후보를 1.76%p 차로 누르면서 신승을 거뒀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재개발 영향으로 남구 인구가 전체적으로 많이 빠지면서 남구 선거인수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용호동이 가장 중요한 지역이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박수영 의원은 용호동 표심 공략을 위해 선거사무소는 대연동에 두고, 새로 편입된 용호동에 후원회사무실을 열었다. 박수영 의원은 “2022년 대선 때부터 사실상 남을 당협위원회가 사고당협이라 남을 지역구 민원까지 챙겼는데, 이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했다.
박재호 의원은 특유의 끈끈한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지역 밀착형 정치가 강점이다. 남을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김무성 대표가 15대 총선 이후 내리 4선을 할 정도로 야당의 진입 장벽이 높았지만, 3전 4기 만에 철옹성을 무너뜨렸다. 민선 7기 남구청장을 지낸 박재범 전 민주당 남갑 후보는 선거구 획정안이 통과된 후 사퇴하고, 배우자 대행 자격으로 박재호 의원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앞서 박재호 의원은 2015년 사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용호동 일원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추진된 국내 1호 트램(노상철도) ‘오륙도선’ 추진 여부에도 지역 주민의 관심이 컸다. LG메트로시티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은 박재호 의원에게 “트램은 언제쯤 되는 것이냐. 용호동 주민은 트램에 매우 관심이 많다”고 구체적인 추진 사항을 묻기도 했다. 2019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륙도트램 설치 사업은 4년이 넘게 지지부진한데, 박재호 의원은 필수 추진을, 박수영 의원은 ‘신중론’으로 입장이 다르다. 감만2동 40대 주민은 “정권이 바뀌고 나선 오륙도선 트램 홍보도 많이 안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오륙도트램 사업의 예비타당성 재조사 결과는 올 하반기로 연기됐다.
또 남구는 부경대 동명대 경성대 등 대학이 밀집해 20대 표심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부경대 재학생 김모(23) 씨는 “대연1동에서 자취하고 있는데, 산업은행 이전 등 좋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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