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물가 비상, 해법 없나] "물가안정 알겠는데… 이대로면 망해요" 정부 가격인하 압박에 식품업계 `비명`
"각종 식품 원자재 비용이 2019년 말과 2020년 초 대비 평균 50% 정도 올랐다고 보시면 됩니다." 익명을 요청한 대형 식품 제조 기업 관계자는 13일 제품 가격 인상을 더 늦출 경우 고정비 등을 고려했을 때 영업이익률이 0%에 근접할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식품업계 역시 이에 동참은 하고 있지만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수년 간 지속됐던 원재료 부담에 인건비까지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제조원가 부담 압박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 안정 취지에는 적극 동참한다는 입장이지만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와 비교해 모든 패러다임이 많이 변한 상황"이라며 "노무비나 인건비가 계속 오르면서 공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의 경우 현장직 인건비 비중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환율이 유지되고 있는데다 원자재 비용과 관세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며 "고정비는 계속 오르고 있지만 제품 가격은 유지해야 하다보니 부담이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식품업계에서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인건비다. 생산 공장에서 일하는 현장 직원들은 노사협의를 통해 매년 임금 인상폭을 결정하는데, 일반 사무직 직원들보다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보면 2021년 8720원이었던 최저시급은 올해 9860원으로 13% 가량 올랐다.
이로 인해 지난해 주요 식품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은 뒷걸음질 쳤다. CJ제일제당 식품 부문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2022년 7.8%에서 지난해 5.2%로 줄었다. 하림지주 역시 2022년 6.83%였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에는 5.36%로 하락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2년만 놓고 봤을때 그동안 가격 인상을 단행했어야 할 시기에도 가격 인상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 것들이 지금까지 누적되면서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이 일부 하락하며 소비자 단체 등에서 직간접적으로 제품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 부자재 비용까지 생각하면 원재료 가격이 내렸다고 가격 인하까지 이어지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요 재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 등에서도 마진을 최소화하는 박리다매 형식이나 정부의 지원금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형국이다.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대한 정부의 기조에 따르려고 하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고객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는 분위기"라고 언급하면서 "카드사 재원을 활용한다거나 농식품부나 해양수산부의 쿠폰 같은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 판매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아울러 정부가 최근 국제 곡물가격 등 원재료 가격 하락을 이유로 제품가격 동결 또는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 역시 최소 6개월은 지나야 원가에 반영할 수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는 보통 실제 공급일보다 수개월 전에 계약을 한다"며 "원재료 가격 하락이 가격 인하 요인이 되려면 적어도 6개월 이상 하락세가 유지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물가관계장관 회의에서 "그동안 원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는데 하락 시에는 제때, 하락분만큼 내려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영활동일 것"이라며 "특히 정부가 원재료 가격 급등기에 지원했던 관세 인하 조치를 올해도 추가로 연장하기로 한 만큼 업계도 국민 부담완화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식량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곡물 식량가격지수는 113.8을 기록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1년 전이던 지난 2021년 2월(126.1)보다 12.3 포인트 하락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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