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t 주문 취소 연락받고 깜놀”…밀 주문 철회한 중국 속내는
1999년 자료 발표 이래 최대
“구매가 더 낮은 대체국 확보”
일각선 ‘대미 압박용’ 관측도
1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자료를 내고 중국이 26만4000t 규모의 미국산 밀 구매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지난 8일에도 미국산 밀 24만t을 취소했다. 즉, 이달에만 철회 물량이 50만4000t에 이르는 셈이다. 이는 1999년 미국 농무부가 자료를 발표한 이래 최대치다.
미국 농업컨설팅업체 애그리소스의 벤 버크너 연구원은 “이러한 결정은 중국이 다른 국가로부터 밀을 더 싸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들어 국제 밀 가격의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중국이 다른 나라에서 미국보다 더 싼 가격에 밀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국제 밀 선물 가격은 2022년 5월 부셀(약 27㎏)당 1200달러 가까이 치솟은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공급 과잉 등으로 지난 1월 2일 부셀당 629달러로 하락한 국제 밀 선물 가격은 현재까지 하락을 지속하며 이날 오후 3시 기준 부셀당 538달러까지 내려앉았다.
파나마 운하의 운행에 차질이 생기면서 중국이 미국산 밀을 구매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다는 점도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KD인베스트먼트의 케빈 듀린 연구원은 “지난해 말 파나마 운하 폐쇄 당시 중국은 미국산 밀을 구입했는데, 당시 급등한 운송 비용에 힘들어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을 앞두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밀과 콩, 옥수수 등의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미국과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중국이 미국에 유화적인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때문에 중국의 이번 조치가 대중(對中) 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는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11월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디리스킹(위험제거)’이라는 대중 정책과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자, 미국산 밀 구매 철회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중국은 브라질과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구입을 늘렸다. 그러다 지난해 미중 관계 회복을 위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최근 대미 보복 차원에서 이를 철회했다는 얘기다.
미국은 미중 정상회담 이후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대중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기술 견제뿐 아니라 대만 문제를 두고서도 중국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가 끝난 뒤에는 전직 고위 관료 등으로 구성된 미국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하기도 했다.
중국은 그간 수차례 불만을 표해왔다. 지난 7일에는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이 “미국의 잘못된 대중 인식이 여전하다”며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만약 중국의 구매 철회 결정이 이같은 이유에서 진행됐다면, 향후 밀 외에 다른 농산물에서도 구매 철회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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