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충남아산FC 축구는 죽었다?”…‘정치 도구화’ 논란

이정은 2024. 3. 13.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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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전][앵커]

이번 논란을 취재한 이정은 기자와 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총선을 앞둔 예민한 시기인 탓도 있지만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축구팀 유니폼이 이렇게 논란이 됐던 적이 있었나요.

[기자]

이번 논란 쉽게 정리하면요,

한국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대한민국 국가 대표팀이 일본의 상징인 파란 유니폼을 입은 격입니다.

실제 지난 9일 경기에 상대 팀이 부천FC였는데요.

부천 입장에서는 원정경기라 흰색 유니폼을 입었지만 원래 부천 FC 상징색이 붉은색입니다.

이렇다 보니 경기장 안팎에서 부천FC 팬들이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아산FC 선수들을 보고 헷갈려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모든 축구 구단은 고유의 상징색을 갖고 있습니다.

충남아산FC의 상징색은 서해바다 파란색과 아산시목인 은행나무 노란색입니다.

지난 2020년 창단 이후, 전신인 아산 무궁화 축구단부터 따지면 2017년부터 쭉 홈 경기 유니폼은 파란색이나 노란색을 입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구단 대표가 바뀐 뒤 갑자기 붉은색 유니폼이 추가됐고 올 시즌 첫 홈경기에 선수들이 파란색이 아닌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뛰면서 팬들이 반발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파문이 확산되자 오늘, 구단 대표가 기자회견을 자처했지요.

국가대표 유니폼을 본떠 만든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고요.

[기자]

네, 구단 대표는 국가대표처럼 치열하게 경기에 임하라는 뜻으로 붉은색 유니폼을 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구단 상징색은 그 구단의 성격과 정체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기자회견 내내 자신은 축구에 문외한이라며 자신은 경영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명했는데요.

붉은색 유니폼은 누구의 지시나 요청에 따른 게 아니라 본인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구단 상징색이 이렇게 중요한 의미인 줄 몰랐다며 자신의 미숙함 때문에 벌어진 오해라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대책도 홈이든 원정이든 구분하지 않고 기존의 파란색과 흰색, 논란이 된 붉은색 유니폼까지 세 종류를 돌려가며 입겠다고 밝혔는데요.

대부분 축구구단이 홈 경기에서는 상징색 유니폼을, 원정 경기에서는 흰색 유니폼을 입는 기본적인 규정조차 고려하지 않는 답변이었습니다.

[앵커]

김태흠 지사도 기자회견을 열었잖아요.

이 자리에서 아산FC와 천안FC 통합 가능성을 언급해 또 다른 논란을 낳았죠.

[기자]

네, 김 지사는 9일 경기에서 명예 구단주로 시축을 했습니다.

현장에 김태흠 지사를 공격하는 현수막이 붙어 불쾌했다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는데요.

김 지사는 구단에서 준 유니폼을 입었을 뿐인데 정치적인 공격을 당했다며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기분이 나빠 직원을 시켜 플래카드를 떼라고 지시한 것도 맞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서포터즈가 전체 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거나 서포터즈가 오히려 더 정치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또 장기적으로 아산FC와 천안FC를 통합하는 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번 논란과 연계해 여러 가지 해석을 남길 수 있는 말로 논란이 예상됩니다.

[앵커]

이번 논란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구단 대표도 인정했듯이 상징색에 대한 이해 없이 일방적으로 붉은색 유니폼을 추가한 것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포터즈는 홈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붉은색 유니폼을 입힌다는 소문이 들려 면담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고 혹시 몰라 현수막을 급조했는데 진짜 걸게 될 줄은 몰랐다며 오히려 황당해했습니다.

정치적 논란을 떠나 구단 대표 주장대로 오해가 있었다면 팬들에게 해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구단과 구단주의 몫일 겁니다.

구단과 명예 구단주가 한 시간 간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정치적인 의도가 없었으니 앞으로도 상징색과 상관없는 유니폼을 계속 쓰겠다는 구단 대표나 서포터즈가 오히려 정치적이라며 다른 축구팀과 통합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명예구단주나 축구팬들에게는 오늘이 힘들었던 하루로 남을 것 같습니다.

영상편집:임희원

이정은 기자 (mulan8@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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