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축구는 별개” 고등학생 외침에 누구는 호응했고 누군가는 비난했다
호응한 관중도 있었지만 일부는 ‘응원이나 하라’ 비판도
김태흠 충남도지사 “선거철 진실 왜곡에 우려”…이준일 대표도 “정치적 사안 아냐” 해명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다.’
앞서 지난 9일 충남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충남아산FC와 부천FC의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2 2024’ 2라운드 시작에 앞서 아산 서포터즈 ‘아르마다’ 소속 소윤호군이 관중석에서 이처럼 외쳤다. 호응도 있었지만 일부는 ‘응원이나 하라’고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냈다. 서포터 활동을 주도하는 윤호군은 경기에 앞서 자신이 응원하는 아산FC가 그간 유지해온 파란 유니폼이 아닌 붉은 유니폼을 이날 입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2017년 창단한 경찰팀인 아산무궁화 시절을 포함해 아산FC로 새로운 변곡점이 된 2020년 이후에도 단 한 번도 붉은 유니폼을 착용하고 선수들이 경기에 뛴 적이 없었기에, 윤호군뿐만 아니라 구단을 응원해온 이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다. 창단 때부터 유지해온 파란 유니폼은 구단의 정체성이자 상징과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해도 입에 담기 어려운 거친 표현이 섞인 일부의 비난을 이제 고등학생인 윤호군이 듣고 넘기기에는 쉽지 않았을 일이다.
그럼에도 윤호군은 화가 나기보다 안타까움이 더 컸다. 이날 경기장에 처음 왔을 수도 있는 관중 누군가의 자신을 겨냥한 불만을 윤호군이 이해하려 노력했다는 얘기다. 홈 개막전 특성상 경기장에 잘 오지 않았던 시민들이 유입되는 경우가 많아 유니폼 색깔을 향한 한 학생의 비판을 불필요한 소음 정도로 치부할 가능성이 적잖았던 것도 사실이다.
경기장에서의 윤호군 외침은 그의 유튜브 채널에도 약 25분 분량 영상으로 올라와 있다. 영상에는 13일 오후 7시 기준 450여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국내 프로축구 여러 구단 팬들의 격려가 쏟아진다.
윤호군은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 싸우지 않는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축구와 정치가 엮이는 사례가 그만 나왔으면 좋겠는데, 계속 정치가 축구에 개입하려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의 일이 생기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축구를 사랑하는 건 나이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며 “정치는 축구와 만나서도 안 되고, 물들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 등을 규탄하는 걸개와 구호는 서포터즈 결정이었다고 한다. 붉은 유니폼은 그렇다고 해도 ‘붉은 깃발’까지 흔들어달라던 구단 요청은 팀 컬러와 구단의 정체성을 연결하는 축구팬들의 정서를 건드린 꼴이 됐다. 전북현대를 생각하면 짙은 녹색, 수원삼성을 생각하면 청색·백색·적색 구성이 떠오르는 식이다. 윤호군은 ‘이름을 공개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기사에서 공개되어도 괜찮다고 답변했다.
축구팬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커지자 김태흠 지사는 이날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 당일 유니폼이 빨간색인지 파란색인지, 노란색인지 알지도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 지사는 “선거철이 가까워지면서 진실을 왜곡해 비판·공격하는 부분에 대해 심히 우려스럽다”며 이같이 밝히고, “당일 명예 구단주로 시축과 격려사를 했고, 유니폼은 구단에서 주는대로 입었다”고 강조했다.
자신은 꼼수로 정치한 적 없다면서, 김 지사는 “제 그릇을 작게 보고 비판하는데 자존심 상한다”고 호소했다. 붉은 유니폼 착용이 선거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고 반응한 뒤에는 유니폼 색깔에서 촉발한 논란의 확대 재생산과 정치화가 오히려 ‘정치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전체적으로 유니폼과 연결된 정치적 논란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김 지사는 “아산FC의 유니폼이 지금까지 파란색을 썼다”며 “그건 더불어민주당 색깔인데 그 문제는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도 반문했다.
이준일 아산FC 대표이사도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절대 정치적인 사안과 연결돼 진행한 일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선수들의 각오를 다지고 좋은 성적을 내 국가대표가 되라는 취지에서 국가대표 상징인 붉은 유니폼을 준비했는데 이렇게 문제가 될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번 일로 불편을 느끼셨을 많은 축구 팬께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계속해서 “충남아산은 독립 법인으로 아산시 또는 충남도의 운영 개입은 일절 없었고 오히려 대표이사 취임 때부터 구단의 모든 인사권, 재정권이 저에게 위임됐다”며 “다시 한번 붉은 유니폼에 대해 그 어떤 정치적인 논리도 작용하지 않았다고 말씀드린다”고 언급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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