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과 닿은 유일한 키맨… 이종섭이 공수처 ‘핵심 피의자’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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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병사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을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애초 이 사건을 경찰에 넘기라고 했다가 이튿날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를 뒤집었는데, 그가 계속 입을 닫으면서 국방부의 '윗선'이 외압에 관여했는지 의혹을 다 해소하지 못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의 주요 갈래 중 하나인 '대통령실 개입 의혹' 조사가 이 전 장관 출국으로 인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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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전화 이후 결론 보류 의혹도
수사외압 '윗선' 연결고리 밝힐 '단초'
해병대 병사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을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애초 이 사건을 경찰에 넘기라고 했다가 이튿날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를 뒤집었는데, 그가 계속 입을 닫으면서 국방부의 '윗선'이 외압에 관여했는지 의혹을 다 해소하지 못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의 주요 갈래 중 하나인 '대통령실 개입 의혹' 조사가 이 전 장관 출국으로 인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부장 이대환)는 7일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주호주대사 임명 사흘 만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폭우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채수근 상병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채 상병의 사망 경위를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의 업무상 과실치사 여부가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결론은 △7월 31일 상부 지시에 의해 발표가 보류됐고 △8월 2일 경찰에 이첩됐으나 국방부에 의해 회수됐으며 △8월 21일 국방부 조사본부는 피의자를 대대장급 2명으로 줄여 발표했다. 사법처리 대상이 8명에서 2명으로 축소된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사건 이첩을 보류하기 직전인 7월 31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 과정에서 이 전 장관의 직권남용 등 위법이 있었는지를 따지고 있다. 그는 7월 30일 경찰에 이첩하기로 한 결정을 하루 만에 뒤집었고, 경찰에 이첩된 사건을 회수한 것도 이 전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건 회수 후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건을 재검토할 때 지침을 내리는 등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다.
수사의 핵심 대상이지만 공수처 조사는 약 4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아직 본격 수사가 덜 이뤄진 상태에서 조사가 진행돼 각 의혹에 대한 이 전 장관의 입장을 듣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1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등 관계자들을 압수수색했지만, 제대로 된 소환조사는 아직이다. 통상 검찰 수사는 실무자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윗선으로 올라가는 식으로 이뤄지는데, 이번엔 특이하게도 거꾸로 윗선부터 조사한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모든 수사는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 정석"이라며 "밑선에 대한 수사가 아직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수처도 이를 인정하고 "추가 소환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수사 외압의 책임자를 밝히는 국방부 상대 수사의 '정점'인 동시,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를 밝히는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핵심 피의자가 외교사절로 장기간 외국에 머무르게 되면서, 관련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호주 부임 후에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외교사절의 특수한 사정을 이해할 필요도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출국금지, 공수처의 4시간 조사, 출국금지 해제를 둘러싼 논란은 불필요한 정치적 공방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출국금지는 피의자가 도주했을 경우 범죄인 인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는 조치인데, 대사를 출국금지하는 게 명분이 있나"라며 "밑선부터 정해진 수사를 하고, 추후에 조사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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