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탁구 게이트' 중심에 KFA 직원 있었다... 퇴보하는 행정 시스템
[골닷컴] 김형중 기자 = 지난 아시안컵 대회 관련 업무를 위해 카타르 도하에 파견되었던 대한축구협회(KFA) 직원의 행동이 문제되고 있다. 해당 직원은 선수단과 접촉할 필요가 없는 업무를 담당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선수단 호텔에서 선수들과 탁구를 치며 어울렸다. 캡틴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로 이어진 준결승전 전날 ‘저녁식사 탁구’ 때에도 함께 했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행정 시스템의 퇴보였다.
골닷컴 취재 결과, 지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발생한 이른바 '탁구 게이트'에 협회 직원 A씨가 포함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A씨는 대회 도중 대표팀의 일부 선수들과 어울리며 탁구를 쳤다. 요르단과의 4강전 전날 저녁식사 시간에도 현장에 있었다. 주장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로 이어지며 한국 축구를 역대급 충격에 빠트린 그날이었다.
A씨는 선수단 패밀리 프로그램 담당으로 카타르 현지에 출장 갔다. 패밀리 프로그램이란 대회 장소에서 함께 하는 대표팀 선수들의 가족에 대한 일종의 케어 프로그램이다. 협회 담당자가 현지에서 동행하며 선수단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가족들이 불편하지 않게 살피는 업무다. 당연히 숙소는 선수단 호텔이 아닌 별도 호텔이다. 아무리 가족이어도 단체 생활을 하는 선수단과 함께 지낼 수 없기 때문이다. A씨도 마찬가지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원칙적으로 선수단 호텔에 출입할 수 없고 간혹 필요 업무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나머지 시간에는 외부에서 선수단 가족을 챙겨야 한다. 그러나 A씨는 선수단 호텔을 수시로 방문했다. 더 큰 문제는 업무 외적인 이유도 많았다는 것이다. 선수단 호텔에서 선수들과 왕래하면서 탁구도 같이 쳤고, 결국 요르단전 전날 저녁식사 때도 그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까지 보면 A씨 개인의 일탈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깊게 들여다 보면 행정 시스템이 프로토콜 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A씨의 섣부른 행동의 배경에는 팀장급 직원 B씨가 있었다. B씨는 이번 아시안컵 선수단의 실질적인 단장 격 직원이었다. 타 대회와 다르게 이번 대회에는 선수단장이 없었다. 보통 국제대회에는 협회 부회장급 인사가 단장 자격으로 현장에 파견되어 선수단 업무를 총괄하는데 아시안컵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부회장급 단장이 없었다. 정몽규 회장이 카타르를 찾았지만 실질적인 선수단 업무 총괄을 수행한 인물은 B씨였다. 그는 후배 A씨를 업무 여부와 관계없이 선수단 호텔에 수시로 출입할 수 있게 했고, 결국 A씨는 사건이 터진 그 시각에도 선수단 호텔에 있었다.
협회도 인정했다. 한 관계자는 골닷컴과의 통화에서 "모두 사실이다. 한국 축구의 현실이 안타깝다. 사태 파악을 위해 조사 중이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진상 조사가 끝나면 인사위원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이 사실이 내부에 처음 알려졌던 지난달부터 자체 진상 조사를 벌였다. 비슷한 시점에 B씨는 보직이 변경됐다. 이에 대해 문의하니, 협회는 분위기 쇄신 차원의 인사 이동이라고 답했다. 통상 인사 시즌이 아닌 시점에 보직이 변경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문책성 보직 변경이 맞다면, 협회도 행정 관리 감독의 부재를 인정한 셈이 된다.
이유가 어찌 됐든, 대표팀 내부 분열 사건의 기폭제가 된 '탁구 게이트'에 행정 직원까지 포함된 것에 대해 협회 내부에서도 실망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의 일탈로 축소할 게 아니라 대표팀 운영 시스템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표팀 경쟁력 향상을 위해선 선수단의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력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협회는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직원을 방치하며 일을 키우고 말았다. 무능한 행정력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르게 되었다.
사진 =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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