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쌩쌩한 남극 이끼…"여름·겨울 활동유전자 달라"

극지연, 남극낫깃털이끼 계절별 유전자 분석
겨울에 휴면촉진 유전자 발현..여름에 생명재개

극지연구소는 남극 이끼인 '남극낫깃털이끼'가 계절마다 서로 다른 유전자를 통해 극한 환경에 적응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사진은 남극세종과학기지 근처에 있는 남극낫깃털이끼 극지연 제공

남극세종과학기지 주변에서 채집한 남극낫깃털이끼의 계절별 생장과 유전자 모델 모식도 극지연 제공

국내 연구진이 남극에 서식하는 식물이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는 것은 계절 변화에 적응하는 독특한 유전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극지연구소는 이정은 박사 연구팀이 남극세종과학기지 인근에서 1년 간 매달 남극낫깃털이끼를 수집해 남극의 계절변화에 따른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식물·세포·환경(3월호)'에 게재했다고 13일 밝혔다.

남극세종과학기지는 여름철에도 평균 기온이 0∼6도에 불과해 일반적인 식물의 최적 성장 온도 15∼25도에 미치지 못하고, 강한 바람과 자외선으로 식물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 때문에 비교적 생존 능력이 뛰어난 이끼와 지의류 등이 남극 식물 생태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연구팀은 남극 이끼는 계절마다 서로 다른 유전자가 기능하면서 환경에 적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겨울에는 휴면 상태를 촉진하는 유전자를 발현해 생장과 대사를 중지했다가 여름철에는 생명 활동을 재개하는 전략으로 환경적 제약을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극한 스트레스 환경에 특화된 이끼의 휴면 조절 능력은 더욱 두드러졌는데, 식물휴면 호르몬으로 알려진 앱시스산은 휴면 시작 시점과 휴면 길이를 정하는 조절자로 작용했다. 여름철 큰 일교차와 강한 자외선에 대응하기 위한 항산화 유전자 발현도 확인됐다.

남극의 계절변화에 따라 남극의 다년생 이끼의 유전자 발현이 어떻게 바뀌는지 모델을 제시해 이끼의 적응전략 규명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연구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정은 극지연구소 박사는 "남극 식물의 극한 환경 적응 전략은 수백 년을 이어온 남극 식물 고유의 독특한 유전자원에 기인한다"며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남극의 식물들이 어떻게 다시 적응하고 변화하는 지 앞으로 연구를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