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음 "젊은 혁신가요?…진취적이진 않지만 시키면 잘해요"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어렸을 적 피아노 학원에서 포도알을 채워가며 반복 연습하던 악명 높은 교본의 주인공 아농(hanon), 체르니(Czerny). 피아니스트 손열음(38)이 아농과 체르니의 매력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손열음은 13일 서울 명동 애플 매장에서 열린 '클래시컬 세션' 행사에서 애플뮤직클래시컬에 독점 공개한 미니앨범의 곡들을 연주했다. 이날 행사에는 손열음의 연주를 듣기 위해 100여명이 몰렸다.
'클래시컬 세션'은 애플뮤직클래시컬 협업 아티스트들의 독점 콘텐츠다. 손열음은 피아노를 처음 접했던 기억을 꺼낸 3곡을 미니앨범에 담았다. 아농의 '론도 브릴런트', 체르니의 '로드 주제에 의한 변주곡', 쇼팽을 기리는 두세의 '쇼피나타'다.
여느 아이들처럼 동네 작은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웠다는 손열음은 "어렸을 때 재미없게 친 게 아농의 (피아노) 연습 방법이고, 아농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체르니"라며 "체르니는 연습곡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곡들도 많다"고 웃었다.
이날 손열음이 들려준 체르니의 곡은 그의 말대로 서정적이면서도 명랑한 멜로디가 돋보였다. 아농의 곡 역시 피아노 특유의 테크닉을 드러내며 귀를 사로잡았다.
손열음은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30년 넘게 이어온 자신의 음악 이야기도 들려줬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입상하며 주목받은 손열음은 연주에만 전념하는 또래 연주자들과 달리 공연을 기획하고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왔다. 2018년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을 맡아 5년 가까이 이끌었고, 2022년부터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연주자들이 뭉쳐 연주하는 고잉홈프로젝트도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
손열음은 이런 행보에 따라붙은 '젊은 혁신가'라는 평가에 대해 "도전을 좋아하거나 진취적인 성격은 전혀 아니다"라며 "대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승부욕이 좀 생기는 것 같다. 누가 시키면 '잘해야겠다'라는 마음이 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어디서 동력을 얻느냐는 질문에도 연주자도 회사원과 같이 '마감시간'이 있다며, 그때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연주하게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호기심'과 '사명감'이 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꼽았다.
"타고나길 호기심이 많게 태어나서 궁금한 게 많아요. '이건 뭘까' 하다 보면 일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또 제가 받은 것들, 예를 들면 재능 같은 것을 더 써야 한다는 사명도 있어요."
손열음은 자신을 피동적이고 계획을 세우지 않는 편이라고 했지만, 누구보다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불가리아 태생의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와 함께 듀오 앨범 '러브 뮤직'을 발매했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작곡된 오스트리아와 독일 작품들로 구성한 앨범이다.
이에 앞서 애플뮤직클래시컬에서는 직접 구성한 플레이리스트 '메노 모소'도 공개했다. 메노 모소는 '앞부분의 빠르기보다 느리게 연주하라'는 뜻의 음악 용어다.
손열음은 플레이리스트에 대해 "제 주변에 클래식을 좋아하는 분들이 마음을 잔잔하고, 고요하게 해주는 기능이 좋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며 "요즘은 서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너무 정신없이 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의 안정을 가질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손열음은 오래된 음반 같은 옛날 사료들에 관심이 많은 '수집가' 기질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미 존재하는 것 말고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어떤 곡이 있을 때 제가 좋아하는 리코딩이 너무 많으면 '굳이 나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전에 없던 걸 해서 남기고 싶죠. 모든 예술가가 '나밖에 못 하는 것', '나만 할 수 있는 것'을 찾잖아요. 저도 '어떻게 하면 가장 오리지널하게, 나답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늘 해요."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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