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천지 아이티, 과도정부 구성도 험난… ‘갱단 통치’ 현실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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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현직 대통령이 암살됐다.
아이티 정치권 자체가 갱단과 오랫동안 결탁하며 부패해 온 데다 갱단이 통치 세력 일원으로 직접 나서려는 동향도 감지되기 때문이다.
200개가 넘는 아이티 갱단 중 최대 파벌인 'G9'를 이끌며 최근 폭력 사태를 주도한 '바비큐' 지미 셰리지에가 당장 "아이티 국민은 우리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개입에 거부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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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 참여 가능성... '무정부 장기화' 우려
2021년 7월 현직 대통령이 암살됐다. 갱단은 날뛰었고 치안은 날로 악화했다. ‘대통령 살해 연루’ 의혹을 받던 총리는 선거를 거듭 미루며 사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갱단은 교도소 탈옥 사태, 대통령궁 총격전 등을 일으켰다. 국제사회의 압박까지 커지자 총리는 결국 물러났다. 무법천지 상태인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 얘기다.
‘권력 공백’ 상황에 직면한 아이티가 현 총리 체제를 대체할 과도위원회를 이번 주 중 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혼란이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아이티 정치권 자체가 갱단과 오랫동안 결탁하며 부패해 온 데다 갱단이 통치 세력 일원으로 직접 나서려는 동향도 감지되기 때문이다.
'24시간 내' 과도위원회 출범 목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이티 정치 지도자들은 전날 아리엘 앙리 총리의 사의 표명에 따라 임시 정부 격인 과도위원회를 ‘24시간 안에’ 구성하려 하고 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24~48시간 내에 위원회가 구성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과도위에는 임시 총리 임명뿐 아니라 공석인 대통령직 일부 직무도 수행할 권한이 주어진다. 아이티 사회의 7개 부문 대표 7명이 투표권을 갖고, 종교계 및 시민사회에서도 2명이 투표권 없는 ‘옵서버’로 참여한다. 카리브공동체(CARICOM·카리콤)는 △범죄로 유죄 판결 △기소 또는 기소 예정 △유엔 제재 대상 등에 해당하는 사람은 과도위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갱단-정치권 밀착... "어떻게 깡패와 권력 공유하나"
문제는 갱단과 정치권 반발이다. 200개가 넘는 아이티 갱단 중 최대 파벌인 ‘G9’를 이끌며 최근 폭력 사태를 주도한 ‘바비큐’ 지미 셰리지에가 당장 “아이티 국민은 우리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개입에 거부감을 보였다. 돈 세탁 혐의로 미국에서 6년간 수감 생활을 한 뒤 아이티 복귀 직후 최대 정치 세력 수장이 된 가이 필리프도 “카리콤의 결정은 우리의 결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도위 구성부터 난항을 겪을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WSJ는 “갱단의 저항은 과도위가 직면하게 될 도전의 신호”라고 짚었고, WP도 “앙리 축출에 도움을 준 갱단이 새 체제로의 전환을 허용할 것인가가 최대 관건”이라고 전했다.
특히 갱단의 정치 직접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P통신은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쑥대밭으로 만든 갱단원들도 (과도위) 테이블에 앉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법학자 알렉스 도미니크도 “그들은 권력을 갖고 싶어 할 것”이라며 “(하지만) 깡패들과 어떻게 권력을 공유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CNN방송은 “아이티의 갱단은 정치와 비즈니스에 연관돼 있어 권력 다툼의 과도기는 거리에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분간 아이티에 무정부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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