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투자 또 나올라"... 2030에 불어닥친 '코인 광풍'

김재현 2024. 3. 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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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36)씨는 요즘 심란하다.

지난해 초 5,000여만 원을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절반 정도를 날리고 '손절(손실을 감수하고 매도하는 것)'했는데, 1억 원 돌파 소식에 본전 생각이 간절하다.

2021년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든 회사원 이호재(35)씨는 지난해 마이너스를 극복하고 58%의 수익률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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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원 돌파한 비트코인에 관심 폭증
젊은 층, 억대 수익 소식에 투자 고민 
"투기 성격 강해 신중해야" 경계론도
13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의 전광판에 원화로 1억 원을 넘긴 가상화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올 초에만 들어갔더라면…"

직장인 김모(36)씨는 요즘 심란하다. 지난해 초 5,000여만 원을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절반 정도를 날리고 '손절(손실을 감수하고 매도하는 것)'했는데, 1억 원 돌파 소식에 본전 생각이 간절하다. 게다가 가상화폐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하고 선택한 주식투자 실적도 신통치 않아 쓰린 마음은 더 컸다. 김씨는 13일 "비트코인이 2억 원까지도 올라간다는 전망도 나와 소액 투자를 다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2009년 만들어진 이래 11일 처음 1억 원을 돌파했다. 어느 정도 등락은 있지만, 지금도 1억 원 선을 굳건히 사수하면서 '흙수저 탈출'을 꿈꾸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광풍이 재연될 조짐이 뚜렷하다.

실제 네이버 트렌드와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1억 원 달성 소식이 전해진 11일 비트코인 검색량은 측정 최대치인 100을 기록했다. 네이버에서 9,000만 원을 넘긴 이달 초 등을 제외하고 대체로 검색량이 50을 밑돈 점을 고려할 때 가히 폭발적 관심이다. 구글 역시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가상화폐 관련 앱인 업비트와 케이뱅크, 빗썸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금융부문 인기 순위에서 각각 3, 4, 6위를 기록해 열풍을 그대로 반영했다.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시세 하락과 정체기에도 꿋꿋하게 버틴 '장투(장기투자)족' 얼굴엔 화색이 가득하다. 2021년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든 회사원 이호재(35)씨는 지난해 마이너스를 극복하고 58%의 수익률을 찍었다. 이씨는 "여유 자금이 있어 처음부터 장기 투자할 계획이었다. 아직 매도 계획은 없지만, 수익이 불어나 팔고 싶은 마음도 든다"며 웃었다.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압구정 현대 오늘 바로 사러 갑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한 작성자는 비트코인을 개당 평균 5,675만 원에 총 20억 원어치를 산 뒤 현재 75.65% 수익률로 15억 원 넘게 벌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투자로 큰 수익을 올렸다는 내용의 인증 글. 블라인드 캡처

반면 투자 타이밍을 놓친 이들의 목소리에선 아쉬움이 짙게 배어 나왔다. 비트코인이 9,000만 원을 넘긴 이달 초 1,000만 원가량 투자한 공무원 최모(34)씨는 "조금 더 빨리 들어갔으면 좋았을 뻔했다"면서 "가격이 계속 오르니 근무 중에도 자꾸 앱만 쳐다보게 된다"고 털어놨다. 코인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2억 원은 너끈할 것"이라며 거액을 투자했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물론 고수익·고위험 종목인 코인 특성 탓에 '묻지마 투자'를 경계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직장인 박성훈(36)씨는 "주식을 싹 정리하고 코인으로 전향하겠다는 지인이 많지만 평단가가 너무 높아 섣불리 투자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모(33)씨도 "코인의 불안정성을 감안하면 결국 떨어지지 않겠느냐"며 비관적 견해를 내비쳤다.

전문가들도 전례를 근거로 장밋빛 전망과 광풍 조짐을 우려한다. 2021년 11월에도 전고점(8,270만 원)을 찍은 비트코인에 투자자가 몰렸지만 가상자산거래소 FTX 파산, 테라·루나 사태 등 악재가 겹치면서 2,000만 원대로 폭락했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비트코인은 투기요소가 많고 화폐 지불 수단이 아니라 여전히 위험 부담이 크다"며 "특히 젊은 세대가 코인에 매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중히 고민하고 투자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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