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K-배터리가 세계시장에서 살아남는 길

2024. 3. 1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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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미래 첨단산업의 핫 이슈는 단연 전기차용 배터리다. 전 세계 배터리 3대 생산기지는 중국, 미국, 독일로 세계 배터리 생산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중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 세계 배터리 생산 규모는 28TWh이며 중국이 전 세계 생산의 약 73%인 2052GWh로 1위 생산국이다.

S&P 글로벌 마켓에 따르면 향후 2030년에도 전 세계 배터리 생산의 약 57%가 중국으로 여전히 1위를 지킬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 영향으로 중국의 생산 비중이 지난해 보다 축소 될 것이나 여전히 셰계 최대 생산국 지위를 중국이 유지할 것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1~8월)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 기준 세계 TOP 10위 내 중국 기업 비중은 63%로 한국기업과 일본기업 비중을 압도했다. 중국이 이처럼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리튬, 흑연 등 배터리를 구성하는 주요 소재 제조에 사용되는 광물에 대한 가공, 제련 의존도가 중국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자료에 따르면 배터리의 양극재에 쓰이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은 각각 호주(46.9%), 인도네시아(48.5%), 콩고(68.4%) 등 국가에서의 전 세계 생산 비중이 가장 높다. 음극재로 사용되는 흑연은 전 세계의 65.4%가 중국에서 생산될 뿐 아니라 매장량도 15.8%로 튀르키예(27.3%)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핵심광물의 제련 및 셀 가공 의존도는 70% 이상이 중국에 편중되어 있어 실질적인 배터리 광물 공급망 주도권은 아직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특히 천연흑연, 산화 및 수산화리튬, 산화 및 수산화니켈 등 5개 항목은 전 세계 수출의 5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EU 등 주요국이 칼을 빼 들었다. 지난 1월부터 미 상무부가 중국 자본 지분율이 25% 이상인 합작법인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정상 해외 우려기관(FEOC)으로 지정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배터리 부품은 1월부터, 양극재와 음극재 등은 2025년 1월부터 적용되는데 FEOC 규제에 따라 최고 7500달러(약 975만원)에 달하는 친환경차 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면 북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하다. 그 동안 국내 배터리 업계는 꾸준히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해 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 미시간주, 오하이오주, 테네시주, 조지아주 등에서, SK온은 켄터키주, 테네시주, 조지아주 등에서, 삼성SDI는 인디애나에서 각각 오는 2025년까지 평균 40~50Wh/연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세워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글로벌 비철제련 전문업체인 고려아연은 울산 울주군에 국내 최대 올인원 니켈 제련소 착공에 돌입했다. 고려아연은 현재 2만여톤인 니켈 생산량을 향후 6만5000톤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눈여겨 봐야할 기업은 중소기업인 제이스코홀딩스다. 최근 필리핀 디나가트 니켈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빠르면 오는 5월부터 니켈 원광을 채굴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IRA는 2022년 8월 미 정부가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법안이다, 이 법안에는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보조금 지급 규정이 있는데,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등을 현지 생산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적은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다. 미국은 해외 우려기관(FEOC)도 지정했다. IRA 시행 과정에서 중국기업이나 중국과 연관된 기업에서 제조한 제품의 사용을 막기 위해 조치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뿐 아니라 일본, 유럽 등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그린스틸 등 전략산업에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일본형 IRA를 발표했다. 이들 산업과 연관제품을 일본내에서 생산 및 판매하는 업체에 10년간 법인세를 최대 40% 줄여 주는 정책이다. EU는 지난해 핵심원자재법(CRMA)을 도입해 발표했다. CRMA는 리튬, 니켈, 알루미늄 등 핵심광물을 EU내에서 일정 비율 가공, 재활용 하도록 규제하는 것으로 2030년까지 광물 수입 비율을 65% 이하로 낮추는 걸 골자로 한다. 미국 IRA, 유럽 CRMA 등이 중국 제재 성격으로 출발했지만 국내 업체들의 타격도 있는 만큼 신공급망 질서를 대비한 새판 자기에 돌입해야 한다.

한국은 그동안 자유무역 기조에 성과를 누려 왔다. 하지만 이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하다. 최대 라이벌인 중국 업체들이 공격 대상이 된 만큼 정부와 기업이 함께 힘을 모은다면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기업의 도약은 눈부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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