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총선, `전략적 정의`만 난무한다
4·10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고, 선거 운동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 아닌 진흙탕 싸움이 된 지 이미 오래지만, 이번 선거는 더욱 과열이 우려되고 있다. 진영 갈등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는 가운데, 테러 비상이 걸리는가 하면, 진보당을 비롯한 급진주의 세력이 민주당과 연대하여 국회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물론 이번 총선이 여야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선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여당으로서는 대선 승리 이후에도 국회의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에 의해 국정 운영의 곤란을 계속 겪었고, 민주당으로서는 대선 패배에 이어 총선까지 패배할 경우에는 입지가 매우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선 승리를 위해 법과 원칙을 무시 또는 경시하는 태도는 결코 현명하지 않다. 21세기 정보사회에서 그런 문제점이 그대로 넘어가기 어렵거니와 국민들의 거부감은 오히려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강성 지지층은 여전히 지지를 보낼 것이지만, 중도층이 등을 돌릴 경우에는 득보다 실이 클 것은 명백하지 않은가?
총선 구호들은 매우 대조적이다. 야권에서는 정권 심판을 내세우고, 여당에서는 운동권 청산을 내세운다. 야권에서는 검찰정권을 비판하고, 여당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독선과 범죄혐의, 나아가 진보당과의 연대를 비판한다.
그러나 국민들이 이런 구호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오히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구체적인 정치개혁, 경제발전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계획, 그리고 이를 이끌어 갈 능력과 리더십에 대한 신뢰일 것이다. 그런데 선거 구호들은 여전히 20세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총선에 나서는 여러 정당들의 구호는 진정한 정의가 아니라 선거 승리를 위해 이른바 전략적 정의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는 인류 역사 속에서 상당히 많이 발견된다. 특히 기득권 세력과 개혁 세력의 갈등 과정에서 전략적 정의는 당연시되기도 했다.
전략적 정의라는 이름으로 왜곡된 정의를 주장하는 것은 근대 시민혁명기의 군주세력과 같은 기득권 세력일 수도 있고, 바이마르 공화국을 흔들려고 했던 히틀러의 나치당처럼 자칭 개혁 세력일 수도 있다. 이들은 모두 정의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 정의를 이용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이들에게 정의란 진지한 고민을 통해 발견하고, 추구해야 할 이념이나 이상이 아니라 세력을 강화하는데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전략적 도구일 뿐이었다. 기득권 세력의 입장에서 정의는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강화하기 위한 도구이며, 개혁 세력의 입장에서 정의는 기득권 세력을 약화시키는 강력한 무기였던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우리나라에서도 여당 시절에 추진하던 정책들을 야당이 되면서 반대한 사례들이 적지 않은가 하면, 같은 기준을 상대 정당에 적용하여 비판하는 것은 괜찮고, 그 기준을 자기 정당이 적용하는 것은 틀렸다는 식의 주장으로 인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아냥을 들은 사례도 드물지 않았다.
이러한 전략적 정의가 실제 큰 효과를 보인 적도 많았다. 그러나 21세기 정보사회는 다르다. 이미 가짜뉴스에 대해 국민들도 상당한 면역력을 키웠을 뿐만 아니라,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에 대한 검찰의 비자금 의혹 수사를 제지했던 것은 정권의 연장보다 더 중요한 민주적 가치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름다운 패배를 강조했던 것도 당장의 승리보다 더 가치 있는 것들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마치 뒤가 없는 사람들처럼 총선에 '올인'하고 있다. 이는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것이며, 이런 식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 검찰정권 심판이 정의다, 아니다를 주장하는 것에 국민은 공감하지 못한다. 국민이 원하는 전략적 정의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구체적 비전과 실행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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