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동예루살렘서 팔 12세 소년 총격 사망, `고난의 라마단` 되나

무슬림 여성 예배자들이 예루살렘 알 아크사 사원에서 '타라위흐'(라마단 특별 저녁예배)를 올리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이 시작된 지 하루 만에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동예루살렘에서 유혈 충돌이 발생, 12살 팔레스타인 소년이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평화와 자비가 깃들어야 할 라마단 기간에도 이렇게 참사가 끊이지 않으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공포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12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경 경찰은 이날 동예루살렘 슈아팟 난민촌에서 주민과 경찰이 충돌했고, 진압 과정에서 총기가 사용됐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오늘 밤 벌어진 폭력적 소요에서 국경 경찰은 그들 쪽으로 불꽃을 쏘아대 위험을 초래한 용의자 쪽으로 한 발의 총탄을 발사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불꽃을 쏘던 팔레스타인 12세 소년 라미 함단 알-할훌리가 총에 맞은 뒤 체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라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올해 라마단이 전날 시작된 이후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측의 총격에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첫 사례입니다.

슈아팟 난민촌은 이스라엘에 점령된 동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관할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가르는 분리 장벽에 맞닿아 있는 지역입니다. 이 곳에는 현재 이스라엘 국경 경찰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 측은 라마단 시작에 맞춰 유대교와 이슬람교, 기독교의 성지들이 밀집해 있는 동예루살렘 구시가지에도 경찰 수백명을 추가로 배치한 상태입니다.

또한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의 알 아크사 모스크에서 무슬림의 진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모스크 인근에 철조망을 설치했으며, 젊은 무슬림 남성들의 접근을 막고 여성들만 출입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이스라엘 경찰이 알 아크사 모스크 입구에서 사람들에게 곤봉을 휘두르고 공격을 받은 사람들이 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알 아크사 모스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메디나와 더불어 이슬람 3대 성지로 꼽힙니다. 특히 동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이슬람·유대교 공동 성지인 템플마운트(아랍명 하람 알샤리프)에 있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이 이 곳에서 자주 발생해왔습니다.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며 이 작전을 '알 아크사 홍수'라고 명명한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전날에도 이스라엘은 라마단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레바논 동부 도시 바알베크와 인근 지역을 공습해 최소 1명이 숨지고 여럿이 부상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전투기를 동원해 헤즈볼라의 방공부대 시설 2곳을 타격했다"며 폭발물을 장착한 드론으로 골란고원을 공격한 헤즈볼라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알베크는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무려 100㎞ 이상 떨어진 곳으로 수도 베이루트보다 북쪽에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대부분 레바논 국경 일대를 겨냥했지만 최근에는 더 북쪽에 있는 헤즈볼라 진지들을 타격하고 있습니다. 이는 양측간 전면 충돌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주변국들은 라마단 기간 중에라도 휴전 합의가 성사될 수 있도록 설득 작업을 계속하며 협상의 불씨를 살리려고 노력 중이지만 성과가 미미한 실정입니다. 마제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12일 언론 브리핑에서 "슬프게도 현재로서는 어떤 시간표도 내놓을 수가 없다. 현장의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 우리는 합의에 근접하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입장 차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지닌 채 가까운 미래에 합의가 성사될 수 있도록 계속 압박 중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라마단은 포성 속에서 시작됐습니다. 축제와 감사가 아닌 전쟁과 긴장 속에 시작된 것이죠. 때문에 이번 라마단이 자칫 확전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