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물가 비상, 해법 없나] 정부 `헛발질`에 먹거리가격 고공행진… "공급 늘리는 방안 시급"
"낮춘 관세액 반영효과 추적 필요
"금리 현재보다 1%p 올려야하나
"尹, 부동산 위해 물가포기" 지적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며 예산까지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먹거리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용품 가격까지 치솟으며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가격억제 정책으로는 '용수철을 잠시 누르는' 것에 불과할 뿐, 정부의 억제책을 뛰어넘는 외부 물가인상 변수가 발생하면 '눌린 용수철이 다시 튀어오르는' 물가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탄력적인 할당관세와 할인 지원 등 정부의 물가안정 지원책이 실제 제품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추적 관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식품, 생활용품 가격 도미노 인상
이달 초 동아제약 드링크제인 '박카스에프(120㎖)', 젤리 제품인 '박카스맛젤리(50g)' 등의 가격이 올랐고, 돌(Dole)의 컵과일 제품 등 여러 제품의 가격이 잇따라 올랐다. 지난달엔 ㈜동서의 아이스크림 헤일로탑 5종 가격이 일제히 인상됐다. 올 초에는 일화 천연사이다캔(350㎖) 등 탄산음료, 더바인 아르케어 등 에너지음료에서부터 비타민 영양제인 고려은단 비타민C1000(120정) 등의 가격이 올랐다.
여기에 식료품 물가는 올 들어 두 달 새 7% 가까이 뛰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1월과 2월 식료품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7% 올랐다. 1, 2월 기준 식료품 물가 상승률로 보면,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할인 지원 예산을 투입한 과일 가격도 심상치 않다. 사과(후지·상품) 도매가격이 1년 만에 2배 넘게 올라 처음으로 10㎏당 9만원대를 나타냈고, 배 도매가격도 15㎏에 10만원 선을 넘었다. 사과 도매가격은 지난 1월 29일 9만452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6일(9만1120원)부터는 9만원 선을 계속 웃돌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으로 도매가격은 9만1700원으로 1년 전(4만1060원)보다 123.3%나 뛰었다. 또 배(신고·상품) 도매가격은 이달 7일 10만120원으로 2021년 8월 19일(10만1000원) 이후 2년 7개월 만에 10만원 선을 넘어섰다.
대형마트·전통시장 등에서 판매하는 소매가격을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사과 10개당 소매가격은 12일 기준 3만97원으로 1년 전(2만3063원)보다 30.5% 뛰었다. 평년보다는 31.0% 높은 수준이다. 배 10개당 소매가격도 4만2808원으로 1년 전(2만8523원)보다 50.1% 높았다. 평년보다는 15.9% 오른 수준이다.
사과와 배 소매가격은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의 할인 지원에는 한계가 있고, 저장 물량 또한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올해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1080억원 중 올해 설 성수기에 690억원이 투입됐고, 다음 달까지 더 투입해 모두 920억원이 소진될 예정이다. 또 기상재해 여파로 지난해 사과와 배 생산량이 전년보다 30.3%, 26.8% 각각 줄어든 점도 가격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정부가 앞서 설 성수기 수요 증가에 대비해 사과, 배를 시장에 대량 공급해 저장 물량도 부족한 편이다. 이와 관련, 최 장관은 지난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3~4월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해 사과·배 등 주요 먹거리체감 가격을 최대 40~50% 인하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급 늘리지 않으면 한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식품 기업의 가격 인상을 자제지키는 것과 함께 신선식품 공급량 증대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수입 원재료, 과일 등에 대해 정부가 관세액을 낮춰주면 이것이 제품가격에 반영이 되는지, 그렇다면 얼마나 반영이 되고 있는지 등을 추적 관찰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팔로업(추적) 되지 않으니 물가 정책의 결과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식품 제조사들은 가격 인상 명분으로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을 명분으로 내세워왔으며, 이에 정부는 수입물가 조정 장치 중 하나로 일정물량의 수입품 관세액을 일정 기간 낮춰주는 할당관세를 활용해 오고 있다.
이 교수는 또 "특히 과일의 경우, 공급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계속 할인 지원 예산만 투입하고, 농가 반발을 우려해 수입을 전면적으로 막는 현재의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억제 정책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물가 잡겠다며 가격 억제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런 개입 정책으로 일시적으로 가격이 동결·인하 되더라도, 원가 자체가 오르는 상황에 있는 기업 입장에선 어느 시점엔 더 큰 폭의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 장기적으론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격 억제책이 아니라 통화정책을 써야 하며,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현재보다 1%포인트 정도는 한번에 올려야 한다"라며 "하지만 이러면 부동산이 붕괴된다 생각하니 의사결정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부동산 경기와 물가를 둘 다 잡을 수 없는 것인데 지금 정부는 국민의 일부가 가진 부동산 경기를 살리자고 전 국민과 연관되는 물가를 죽이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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