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소집한 정부 “원재료값 반영해 제품 가격 내려라”

최하얀 기자 2024. 3. 1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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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곡물이나 유지류를 원료로 삼는 식품기업들을 직접 만나 '국제 원재료 가격 변화 반영'을 요청했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13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CJ제일제당, 롯데웰푸드, 농심, SPC삼립, 매일유업, 동서식품 등 19개 식품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식품업계는 국제 원재료 가격 변화를 탄력적으로 가격에 반영해 물가안정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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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총선 염두에 둔 보여주기식 단도리냐” 반발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물가안정을 위한 식품업계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곡물이나 유지류를 원료로 삼는 식품기업들을 직접 만나 ‘국제 원재료 가격 변화 반영’을 요청했다. 2년 전 급등했던 국제 원자재 가격이 최근 내림세인 만큼, 올라간 식품 가격도 내려야 한단 취지다. 지난해 정부 압박으로 라면 가격을 줄줄이 내린 바 있는 식품업계에서는, ‘총선을 앞둔 보여주기식 단도리’란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13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CJ제일제당, 롯데웰푸드, 농심, SPC삼립, 매일유업, 동서식품 등 19개 식품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식품업계는 국제 원재료 가격 변화를 탄력적으로 가격에 반영해 물가안정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차관은 “원자재 가격 상승기에 인상된 식품 가격이 주요 곡물·유지류 가격 하락에도 지속 유지되는 것을 두고, ‘그리드플레이션’(기업의 탐욕으로 인한 물가상승)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며 “소비자 관점에서는 원재료 가격 하락 시기에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식품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 중 곡물가격지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지난 2022년 3월 170.1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달 113.8까지 떨어졌다. 유지류가격지수의 경우 2022년 3월 251.8로 고점을 찍었고, 이후 차츰 낮아져 지난달엔 113.8까지 내려앉았다.

한 차관은 이날 “현재 코스피 상장 식품기업 37개사 가운데 23개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이 전년보다 개선된 상황”이라는 말도 꺼내놨다. 일각에서 영업이익률 2∼3%대 식품 기업들이 과도한 이윤을 남긴다고 보긴 어렵다는 목소리를 내자 이를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 차관은 업계의 원가 부담 호소를 고려해 식품 원재료 27개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면세농산물 등의 의제매입세액 공제한도를 2025년까지 10%포인트 높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커피와 코코아생두에 대한 수입 부가가치세 10% 면세 조처도 2025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 차관은 “가공식품을 포함해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생품목의 담합 발생 가능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제보 등을 통해 구체적인 혐의가 포착되면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식품업계는 정부의 태도가 지난해에 제분업계를 옥죄어 라면값과 과자값 인하를 압박했던 때와 똑같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 곡물가가 내렸다고 해도 물류비·기름값·인건비 등이 상승했는데 다른 가격 결정 요인은 전부 무시하고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먹거리 물가에 대한 비판이 거센 가운데 정부가 국민 앞에 할리우드 액션을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는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폭리를 취했다면 영업이익률이 오르지 않았겠냐. 일방적으로 기업이 탐욕적이라고 몰아갈 일인지 모르겠다”며 “지난해처럼 가격 인하를 압박하기보단 인상을 하지 말라고 업계 단도리에 나선 것으로 본다. 결국 총선이 끝나면 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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