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대사 임명’ 말릴 사람, ‘용산’엔 한명도 없었던가 [권태호 칼럼]

권태호 기자 2024. 3. 1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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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이종섭 주호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가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비행기 출발시간보다 훨씬 일찍 출국대 안쪽 보안구역에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같은 비행기 티켓을 끊은 문화방송(MBC) 기자와 탑승구에서 마주치자 당황스러워하며 "왜 이렇게까지 해"라고 말했다.

민주당 공천 내홍 보니 '이 정돈 해도 되겠다' 판단한 건가, 아니면 '총선 지면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못 하니 더 늦기 전에'라고 판단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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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호주대사는 “왜 이렇게까지 해”라고 말했다. 지금 국민들이 갖는 의문이다.
#1~4의 사례로 볼 때, 윤석열 정부는 언제부터 이렇게 너그럽고 인자했던가.
말은 못 해도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지금 속이 타들어간다. 대통령 주변은 정권에 해가 되는 일을 왜 말리지 않고 뻔히 보고만 있는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돼 지난 10일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과정에서 MBC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MBC 뉴스 유튜브 갈무리

권태호 | 논설위원실장

지난 10일 이종섭 주호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가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비행기 출발시간보다 훨씬 일찍 출국대 안쪽 보안구역에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같은 비행기 티켓을 끊은 문화방송(MBC) 기자와 탑승구에서 마주치자 당황스러워하며 “왜 이렇게까지 해”라고 말했다. 지금 국민들이 갖는 의문이다.

지난해 7월30일,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과 함께 채 상병 사망 사건 처리 계획을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다음날 김 사령관이 박 단장에게 다 취소하라고 한다. 7월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통령이 크게 화를 내며 당시 이 장관과 통화했다는 게 박 전 단장의 전언 진술이다. 관계자들은 부인한다. 박 전 단장이 꾸며낸 말이라면, 구체적 정황까지 묘사해 감히 대통령을 음해모략하고, 온 국민을 속인 짓이 된다.

윗선 지시를 전한 것으로 의심받는 주요 인사는 국방부에선 이종섭 장관, 신범철 차관, 박진희 군사보좌관, 유재은 법무관리관 등 4명, 대통령실에선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임기훈 국방비서관 등 2명이다. 이후 상황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1. 4명 사임(9~10월): 9월 신임 국방장관 지명, 국가안보실 2차장, 국방비서관 교체, 10월 국방차관 사임. 국방부 장차관과 국가안보실 2차장(국방 담당), 국방비서관 등 국방 라인을 이렇게 동시에 교체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국가비상사태가 난 게 아니라면. 모두 그 자리에 온 지 1년 남짓 된 이들이었다. 신 차관은 이전부터 총선 출마를 계획했으나, 공직자 사퇴시한(2024년 1월11일)보다 훨씬 일찍 물러났다. 이들이 한꺼번에 물러나면서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 불러 관련 내용을 제대로 물을 수 없었다.

#2. 2명 승진(11월): 정기 장군인사에서 박진희 군사보좌관이 소장, 임기훈 국방비서관은 중장으로 진급했다. 진급 연한이 차 승진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수사 대상자들이다. 고발사주 혐의로 2022년 5월 기소됐으나, 그다음달 서울고검 송무부장 영전, 2023년 9월 검사장급 승진된 손준성 검사, ‘표적 감사’ 의혹으로 압수수색까지 당했으나 사무총장 임기 마치자 감사위원으로 임명된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2월) 사례도 있긴 하다.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소장)도 이때 요직인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장 임명안이 검토됐으나, 본인 고사로 정책연수를 보냈다.

#3. 2명 공천(3월): 경북 영주·영양·봉화에서 임종득 전 2차장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기존 박형수 의원은 지역구 획정으로 인근 의성·청송·영덕·울진으로 옮겨 김재원 전 의원과 경선을 벌이게 됐다. 신범철 전 차관도 충남 천안갑에 단수공천 받았다.

#4. 1명 대사 임명(3월): 이로써 9~10월 사임한 4명 중 3명이 공천을 받거나 대사로 출국했고, 나머지 1명은 국방부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호주는 차관보급을 대사로 보낸다. 국제기구를 제외하고 장관급 대사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개국이고, 차관급은 영국·독일·프랑스·인도·유럽연합(EU) 등이다. 호주가 갑자기 미국·중국 수준으로 격상됐다. 또 대개 대사는 해당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2~3년간 유지한다. 직전 호주대사는 2022년 12월 부임해 1년2개월 만에 물러났다. 임명장 수여식도 않고, 임명장 사본 들고, 임명 4일 만에 출국했다. 그사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4시간 조사, 법무부 출국금지 해제 조처가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출국금지인 줄 몰랐다”고 했다. 법무부는 인사검증 과정에서 출국금지 사실을 대통령실에 ‘알리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심각한 근무태만을 저지른 법무부 관계자를 중징계해야 한다. #1~4의 사례로 볼 때, 윤석열 정부는 언제부터 이렇게 너그럽고 인자했던가. 또 법무부는 “증거물(휴대폰) 임의제출”을 출국금지 해제 이유로 들었다. 이 전 장관은 공수처에 휴대폰을 제출했는데, 문제의 7월31일 이후인 8월 구입 휴대폰이라고 한다. 수사기관을 기망·우롱한 처사다. 일반인이 수사기관에 이렇게 했으면 어떻게 됐겠는가.

지난해 12월8일 조선일보가 ‘국민의힘 사무처 판세분석 보고서’라며 “서울 49석 가운데 ‘우세’ 지역은 6곳”이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후 12월26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임명됐다. 이후 민주당의 ‘친명 공천’ 논란이 이어지면서 2월엔 정반대로 ‘민주당 참패’ 기류가 드리워졌다. 그런데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은 잠시 잊었던 정권 심판론을 다시 일깨웠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말은 못하고 속은 타들어갈 것이다. 민주당 공천 내홍 보니 ‘이 정돈 해도 되겠다’ 판단한 건가, 아니면 ‘총선 지면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못 하니 더 늦기 전에’라고 판단한 건가. 그런데 대통령 주변은 정권에 해가 되는 일을 왜 말리지도 않고 뻔히 보고만 있었던건가.

논설위원실장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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