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환자가 의협 앞에서 외친 한마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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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병동 입원을 앞둔 폐암 말기 환자가 대한의사협회(의협) 앞에서 정부와 의사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13일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78)은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의료진의 극한 대립 속에 죄 없는 환자만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참담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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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4기로 항암 치료만 124번…내달 호스피스 병동 입원
“교수들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해주길…대통령 결단 필요”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호스피스 병동 입원을 앞둔 폐암 말기 환자가 대한의사협회(의협) 앞에서 정부와 의사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13일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78)은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의료진의 극한 대립 속에 죄 없는 환자만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참담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이 회장은 2016년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지난해 말까지 국립암센터에서 항암 치료를 124번 받았다. 현재 그는 모든 치료를 중단하고 내달 호스피스 병동 입원을 앞두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 개최 이유에 대해 "곧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할 몸이지만 삶의 끝자락에서 힘없는 환자를 위해 당부의 말을 남기러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 치료가 최우선임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 의료계 주장은 나름대로 타당해 보이지만 환자들은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는 복잡한 협상 조건"이라면서 "옳고 그름을 떠나서 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전공의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젊은 지성들로 의사가 되기 위해 학교와 의료 현장에서 힘든 공부를 해왔다"면서도 "환자 곁을 지키며 치료를 해야 하는 의사의 책무는 전공의가 택한 막중한 사명"이라고도 했다.
집단 사직을 예고한 서울의대 교수를 향해서는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라면서도 "사회적 명망과 존경을 받는 사람들인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해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 회장은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도 촉구했다. 그는 "의료진을 설득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정부의 능력"이라며 "속히 협상을 마무리 짓고 의료현장을 정상적으로 돌려놓지 못하면 무능한 정부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의·정 갈등을 매듭지을 수 있는 결정권자는 대통령밖에 없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갈등이 얽히고설켜있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의료계와 타협할 수 있는 아량이 필요하다"라고 주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파킨슨병 확진 3년 차 유아무개(58·남)씨와 20년 차 이아무개(52·여)씨도 함께 했다. 유씨는 "의사를 잃은 환자의 심정을 알리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서 오게 됐다"며 "고래 싸움에 등 터진다고, 가운데 껴있는 환우들이 너무 힘들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파킨슨병은 퇴행성 뇌질환이라 짧게는 4~5년 만에 극한 상황에 몰린다"며 "급히 병원을 찾았을 때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이 회장은 2월19일 폐암 환우회 유튜브 채널 '폐암 환우 TV'에 출연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복귀를 호소했다. 그는 "환자 단체를 운영해 보면서 의협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의료 현장의 어려움도 잘 알고 있다"며 "환자들은 삶의 막바지에서 간절하게 치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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