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사직 정상 수행 어려운 이종섭, 본국 소환하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대사 부임 논란이 호주 현지로 옮겨붙고 있다. 호주 교민단체는 13일 캔버라 주호주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 대사 사퇴를 촉구했다. 호주 국영 ABC방송은 전날 보도에서 “이번 사건이 호주와 한국 간 외교관계에서 어려움을 야기할 잠재력”을 안고 있다며 양국 간 외교문제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 대사 도착을 환영했다고는 하나, 신임장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복사본을 들고 황급히 입국한 이 대사를 보는 호주 정부 심기도 편치 않을 것이다.
특명전권대사는 국가를 대표해 파견되는 외교사절로 명예와 품격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권력형 사건으로 출국 금지까지 된 피의자를 주요 우방국에 대사로 보낸 것은 적잖은 외교적 결례다. 도피성 부임을 한 이 대사를 호주 시민들이 곱게 볼 리도 만무하다.
이 대사 출국이 무리한 것이었음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 8일 이 대사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지만, 사건 수사 주체인 공수처는 출금해제에 반대의견을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초기 해병대가 이미 조사한 사건을 재검토하는 것에 국방부 조사본부가 난색을 표하자 당시 이 장관이 조사본부 책임자들을 불러 직접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국민의힘 천안갑 후보로 공천된 신범철 전 차관이 이에 간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 대사가 사건 실체규명에 필요한 핵심 인물임을 재확인하는 보도다. 그런 이를 급히 출국시킨 것은 수사 외압 불똥이 윤석열 대통령으로 튀는 걸 차단하려는 조치였다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외교부·법무부 장관 탄핵을 추진하고, ‘이종섭 특검법안’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여당은 “공수처가 수사 중”이라며 비판했다. 심각한 자가당착이다. 여당 주장대로라면 공수처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대사로 보내지 말았어야 했던 것 아닌가. 대통령실은 ‘야당이 공수처도 믿지 못한다’고 했는데, 대통령의 늑장으로 수뇌부가 장기 공석 중인 공수처를 과연 신뢰할 수 있는지도 묻고 싶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호주는 인도·태평양 전략상 매우 중요한 안보 파트너로 국방부 장관 출신의 중량감 있는 인물을 고려했다”고 임명 배경을 설명해왔다. 하지만 ‘권력형 게이트’ 피의자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한 데다 현지 교민들로부터도 외면받는 이 대사가 중책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대사를 조속히 본국으로 소환해 엄정한 수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 대사가 자리에 머물러 있을수록 양국 관계에 부담만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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