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올라도 고민…"팔고 떠나라 vs "1000달러 간다"[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4. 3. 1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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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주가가 12일(현지시간) 이틀간의 하락세에서 벗어나 급등했다.

이날 엔비디아는 7.2% 오른 919.13달러로 마감했다. 전날 장 마감 후 오라클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클라우드 인프라 계약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으며 엔비디아와도 새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AI(인공지능) 칩 구매를 계속하고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초 이후 엔비디아 주가 추이/그래픽=이지혜
8일 5% 급등하다 5.6% 급락 마감
앞서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7일 926.69달러로 종가 기준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뒤 다음날인 8일 5.6% 급락하고 9일에도 2% 하락했다.

특히 지난 8일에는 엔비디아 주가가 5% 이상 급등하며 974달러까지 올랐다가 5.6% 급락한 채 마감해 장 중 10%포인트가 넘는 주가 변동성을 보였다. 오르던 주가가 급락 반전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다만 올들어 조정 없이 랠리가 이어져온 만큼 주가가 900달러를 넘어서자 갑자기 차익 매물이 몰린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이에 대해 투자 뉴스레터를 분석해 증시 흐름을 전망하는 허버트 레이팅스의 마크 허버트는 마켓워치 기고문을 통해 "하루에 10%포인트 이상의 주가 반전은 2000년 3월 닷컴버블 고점 근방에서 자주 일어났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차익 실현해야 할까
엔비디아의 AI 칩인 데이터센터용 GPU(그래픽 프로세싱 유닛)에 대한 수요는 둔화 조짐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매출액과 순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고성장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가되고 있다.

아울러 엔비디아 주가가 너무 올라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아지고 있어 하락 리스크에 취약해졌다는 우려도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서만 85.6% 급등했다.

엔비디아를 보유하고 있다면 일부라도 차익을 실현해야 할까. 아니면 추가 상승 여력을 믿고 계속 주식을 확대해야 할까.

매출액 대비 주가 35배, 너무 높다
일부 투자자들은 지금이 엔비디아 주식을 매도할 시기라고 주장한다. 그리니치 자산관리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바한 잔지안은 지난주 CNBC에 출연해 엔비디아 주식을 대규모 보유하고 있었으나 최근 팔았다고 밝혔다.

그는 "엔비디아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생각이 들어 다소 불안해졌다"며 "특히 엔비디아의 주가매출액비율(PSR)을 보면 주가가 매출액의 35배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다른 기술기업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엔비디아의 매출액이 매년 30%씩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나는 최소한 몇 년 동안은 이 같은 성장세가 가능하다고 보지만, 그래도 (PSR이 35배인 현재 주가를 감안할 때) 투자를 회수하려면 15년간은 매출액이 매년 30%씩 늘어야 한다"며 "게다가 이는 이익률을 100%라고 가정했을 때 얘기"라고 말했다.

잔지안은 엔비디아를 개별 주식으로 투자하지 않고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투자하고 있다며 SPDR S&P500 ETF(SPY)와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 반에크 세미컨덕터 ETF(SMH)를 상당히 큰 포지션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3개 ETF 모두 엔비디아 비중이 크며 특히 반에크 세미컨덕터 ETF는 엔비디아 비중이 26%에 달해 "엔비디아를 개별 주식으로 보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ETF와 엔비디아 주식을 모두 보유한다면 엔비디아 "노출이 너무 많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 /AFPBBNews=뉴스1
"지금 엔비디아 보유는 불장난"
MBMG 패밀리 오피스 그룹의 경영이사인 폴 갬블스는 지난 11일 CNBC와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엔비디아를 매도하라며 역사적으로 볼 때 엔비디아 주가는 "조만간" 50%에서 90%까지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이 될지, 내년에 될지 말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전례를 볼 때 지금은 걱정해야 할 때"라며 "큰 이벤트 없이 지났던 가장 긴 기간은 2012~2018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런 대책 없이 엔비디아를 보유하고 있다면, 아울러 풋옵션 가격이 너무 비싸 풋옵션 매수가 매력적이지 않다면, 엔비디아에서 지정가 매도와 손절매를 통한 출구/차익 실현/포지션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정 가격이 되면 자동적으로 엔비디아 매도 주문이 이뤄지게 하거나 주가가 특정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손실을 줄일 수 있도록 즉각 엔비디아 매도 주문을 내도록 전략을 세우라는 조언이다.

갬블스는 "엔비디아 주가가 곧 하락할 것이라는 우리의 전망이 맞다고 해도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 6개월간 100% 이상 폭등했고 지금은 상승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어 즉각 엔비디아에서 빠져 나오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엔비디아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불장난을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기적으로 불안해 일부 차익 실현"
펠라 자산관리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조던 체타노브스키도 CNBC와 인터뷰에서 엔비디아 주식에서 일부 차익을 실현했다며 엔비디아 주식에 "낙관론이 팽배해 일부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잠재적으로 엔비디아에 너무 많은 투자자들이 몰릴 수 있지만 이는 트레이딩 관점일 뿐 장기적으로는 걱정하지 않는다"며 "단기적으로 조금 걱정이 돼 일부 차익을 실현했을 뿐 생각하는 것 만큼 엔비디아 주식을 많이 판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파이퍼 샌들러의 수석 기술적 애널리스트인 크레이그 존슨은 엔비디아 주가가 모멘텀, 즉 주가 상승폭이 가속화하며 포물선을 그리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약간의 재조정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상승 모멘텀이 일부 상실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훌륭한 회사라고 생각하지만 단기간에 주가가 이처럼 큰 폭으로 치솟아 오른 만큼 지금 뛰어들기엔 다소 위험한 주식"이라고 밝혔다.

"성장세 지속되는 한 팔 생각 없다"
반면 나벨리에 & 어소시에이츠의 루이스 나벨리에는 아직 엔비디아 주식을 매도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주 CNBC와 인터뷰에서 "매출액이 200% 증가한 회사는 엔비디아 외엔 없다"며 "게다가 주가도 향후 순이익 전망치 대비 26배 수준인데다 엔비디아는 GPU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엔비디아에서 차익을 실현할 계획이 없다"며 "엔비디아는 수개월 내에 한 주당 1000달러짜리 주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벨리에는 "GPU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고 분명히 매출액 성장세가 정체되고 이익률도 확대되지 않는 애플과 같은 순간을 맞닥뜨릴 것"이라며 "하지만 매출액이 성장하고 이익률이 확대되는 한 계속 엔비디아를 보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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