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증원은 의료개혁 한 부분” vs 의료계 “수가 정상화 먼저”

황진중 기자 2024. 3.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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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료계, 한림원 논의서 필수의료 개혁 일부 공감
인력 확충·법적 부담 완화 등 우선 순서에 차이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4주차로 접어든 11일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에 설치된 전공의 진료 공백으로 응급실 정상 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판 앞으로 119구급대원이 지나가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4주 동안 군의관 20명과 공중보건의 138명 등 모두 158명을 병원 20곳에 파견해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2024.3.11 /뉴스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정부와 의료계가 필수의료‧지방의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 다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의 우선순위에서는 차이를 나타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3일 ‘필수의료 해결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주제로 제220회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제발표에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과 김성근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의료개혁 4대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한림원 제공)/뉴스1 ⓒ News1

박민수 차관은 ‘의료개혁 4대 과제’를 주제로 한국 필수의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의 공정성 제고 등을 위한 세부 계획을 설명했다.

박 차관은 “필수의료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점점 심각해지고 있고 임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근본적인 원인은 필수의료 저수가와 보수체계, 고령화에 따른 피부미용 수요 폭증 등 복합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인력이 필수의료 분야에서 개원가, 피부미용으로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피부미용 시장이 크게 확대돼 필수의료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개원가와 피부미용 시장 임금이 필수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의사들의 기준이 되면서 일이 힘들고 어려울 때 필수의료 분야에 더 이상 남아 있기 어렵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공정보상 등에 관해 설명했다.

박 차관은 “의대 정원 증원은 개혁 한 부분에 불과하다. 지역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의료 전달체계 개편과 연관돼 있다”면서 “의료사고 안전망을 위해 특례법 초안을 발표했다. 환자는 신속하게 보상받을 수 있고 의료계 입장에선 불필요한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특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보상은 수가와 관련한 것으로 수술‧입원‧처치 분야 수가는 원가의 85~90% 수준의 저수가다. 할수록 손해가 난다”면서 “영상‧검사 분야 수가는 원가의 110~120% 수준이다. 이런 불균형적인 수가가 신속하게 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전체적으로 피부미용 등 비급여 시장이 급격히 확장하고 있어 불균형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력 증원은 일부분이다”면서 “피부미용 시장은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시장인데 보건적 관점에서 관리해 필수의료 분야하고 균형을 맞출 수 있게 하겠다. 필수의료 집중 지원을 통해 좋은 인력들이 긍지와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성근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필수의료 분야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한림원 제공)/뉴스1 ⓒ News1

김성근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필수의료 해결을 위한 선결조건’을 주제로 필수의료에 대한 정부의 인식에 조정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붕괴한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이를 위한 방법에서 우선순위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근 교수는 “필수의료가 붕괴한다는 우려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현장에서는 이미 붕괴했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크게 4개 카테고리인데 의사들이 봤을 땐 이전에 없었던 굉장히 체계적인 내용이다. 다만 의료계의 입장은 우선순위가 좀 다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료계는 수가의 정상화, 법적 부담 완화, 인력 확보, 취약지 의료기관 지원 확대 이런 순서가 맞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재 이미 망가져 있는데 이걸 해결하지 않고 미래 것부터 이야기하면 현재 망가진 것이 해결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필수의료는 이미 붕괴했기 때문에 회생이라는 단어를 쓴다. 수가 개선은 단순하게 수가를 올려준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수술 수가를 올려주면 일부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만 이득이 되고 그곳에만 환자들이 더 갈 것이다. 오히려 더 나쁜 사이클로 들어갈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의 적정 보상 제도 개선 등이 순차적으로 잘 이뤄지고, 지속해서 대화한다면 필수의료 회생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수가 등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를 풀어낸 환경을 갖춘다면 당장 내년부터라도 필수의료에 지원하는 인력이 많아지고 충분히 필수의료의 장래가 밝다고 본다”고 말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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