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재가요양 3축…질 높일 ‘소통 플랫폼’이 필요하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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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대 중반의 노모께서 집에 누워 계신 지 두 달이 지났다.
그러나 옥에도 티가 있듯 지난해 10월부터 한두 달 새 4명의 요양보호사가 바뀐 난감했던 상황을 잊을 수가 없다.
첫째, 요양보호사는 남의 부모를 돌봄하며 기본 시급 정도를 받고, 별도의 기술을 요하지는 않으나 공급보다는 수요가 많은 시장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1년 장기요양에 연간 11조원이 투입됐고(91%는 건강보험공단 부담금), 수급자는 약 100만명, 하지만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약 40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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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 ㈜오픽 대표
90대 중반의 노모께서 집에 누워 계신 지 두 달이 지났다. 폐렴 증세로 입원하셨다 퇴원하신 이후 콧줄로 드시고 작은 환자용 침대에 종일 누워 계시는데, 낮 12시가 되면 요양보호사가 어머니 돌봄을 시작한다. 3년 전 고령의 부모님을 모시게 되면서 처음 알게 된 장기요양제도는 나에게는 무척 고맙고 또 어려운 시기에 많은 신세를 진 제도다.
그러나 옥에도 티가 있듯 지난해 10월부터 한두 달 새 4명의 요양보호사가 바뀐 난감했던 상황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중 3명은 하루 이틀 전 일방적으로 돌봄을 중단했다. 당시 어머니의 실망스러운 한숨에 자극을 받고, 문제에 대한 원인을 찾고 대책을 세우는 나의 습관적 기질 덕에 담당 재가요양센터장도 수차례 만나는 등 근본 원인을 찾아보았다.
첫째, 요양보호사는 남의 부모를 돌봄하며 기본 시급 정도를 받고, 별도의 기술을 요하지는 않으나 공급보다는 수요가 많은 시장이다. 해서 우리는 요양보호사의 짧은 변심쯤 그냥 받아들여야 할까? 우선 이 시장의 규모를 보자.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1년 장기요양에 연간 11조원이 투입됐고(91%는 건강보험공단 부담금), 수급자는 약 100만명, 하지만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약 40만명이다. 공급이 적으나, 건강보험 등 혜택이 있어 연평균 13.2% 증가하고 있다.
둘째, 요양센터는 2021년 기준 2만7천여개로 센터당 평균 36.2명의 수급자가 있다. 현재 수급자 발굴이 어려워 영세성을 벗어나기 어렵고, 복잡한 행정당국의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고, 단순 반복 업무가 많아 이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의 이직률도 높은 상황이다.
셋째, 수급자와 그 가족은 우리처럼 요양보호사의 결정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요양보호사를 다시 소개받아도, 이력서도 없이 그냥 느낌으로 결정해야 한다. 참고로 요양보호사를 가사도우미처럼 이용하는 일부 몰지각한 가정이 있어, 요양보호사도 이런 가정을 처음부터 피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하나 현재로서는 미리 알 길이 없다.
그대로 두면 우리는 5년 뒤, 10년 뒤에도 동일한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3개의 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이제 그 구심점을 ‘인간의 존엄’에 두고 장기요양의 질을 높여야 할 때다.
이에 나는 3개의 축이 한곳에 집결할 수 있는 ‘소통 플랫폼’을 제안한다. 이른바 인공지능(AI) 전환이다. 우선 수급자와 요양보호사가 소통 플랫폼에 로그인해서 구인·구직을 한다. 최초 가입 때 수급자는 주소, 요양등급 및 돌봄받고 싶은 항목을 등록하고, 요양보호사는 본인이 선호하는 지역 및 요양의 항목 등을 선택한다. 플랫폼은 인공지능 기술로 최적의 매칭을 해 준다. 물론 모든 프로세스의 중심에는 요양센터가 있고 현재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한다.
수급자와 요양보호사 간, 또 요양보호사와 요양센터 간 상호 불만이 플랫폼상에서 표면화돼 자연스럽게 해결책을 이끌어내게 된다. 모든 절차는 시스템적으로 처리되고, 이는 요양보호사의 이력 관리로 연계된다. 수급자별 돌봄 기간, 돌봄 종료 사유 등이 기록으로 남기 때문이다. 아울러 요양센터는 업무 효율화로 수급자 돌봄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플랫폼에 축적된 데이터는 정부의 요양 정책 고도화, 관련자 교육 강화 및 센터의 부정행위 방지 등에 활용될 것이다. 현재 외국인 간병인이 대세이듯, 앞으로 요양보호사 또한 외국인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고, 이를 위해서라도 소통 플랫폼 구축은 필히 선행돼야 한다.
어머니를 직접 돌보며 알게 된 장기요양정책에 무한한 존경을 표하며, 언젠가 고령자가 되는 우리 모두를 위한 플랫폼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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