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한·일 선언, 역사는 잊고 안보 협력만 강조하려는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내년으로 다가온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맞춰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대체하는 새 문서를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26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가 역사적인 공동선언에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정부가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뜻을 다시 확인하고 전후 평화헌법을 통해 국제사회에 기여해왔음을 한국인들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내년으로 다가온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맞춰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대체하는 새 문서를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혹시라도 역사는 잊고 안보 협력만 강화하는 선언을 만들 것이라면 당장 그만둬야 한다.
13일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은 한국 대통령실 고위 당국자가 11일 서울 주재 특파원들을 불러 모아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내년에 양국 정상이 ‘미래지향’적인 공동 비전을 발표하고 싶다는 의욕”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 고위 당국자도 이날 김대중·오부치 선언 이후 발생한 여러 “걸림돌, 도전 요인, 국제 정세 변화를 반영할 시점에 와 있다”며 이를 위한 “준비를 앞으로 차차 일본과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점점 혼탁해지는 국제 정세 속에서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두 이웃이 협력을 강화한다는 데 반대할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보여온 모습을 생각할 때 여러모로 깊은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양국 간 최대 현안이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굴욕적인 양보안을 내놓았고, 8월엔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3각 동맹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그런데도 일본이 채운다던 물컵의 반은 여전히 비어 있다. 결국, 새 공동선언엔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의 명확한 사죄와 반성은 빠지고 중국·북한을 포위·압박하기 위해 안보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주로 담길 가능성이 높다.
이를 보여주듯 대통령실 고위 당국자는 이날 한·일 협력이 한반도뿐 아니라 “지리적으로 훨씬 확장돼야” 하고, “과거를 넘어서는 미래지향적 약속과 희망사항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새 선언이 만들어지면 한-일 관계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5년 담화에서 밝힌 것처럼 역사는 제쳐두고 드넓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포위에 골몰하는 ‘새 시대’로 진입하게 된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26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가 역사적인 공동선언에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정부가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뜻을 다시 확인하고 전후 평화헌법을 통해 국제사회에 기여해왔음을 한국인들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을 빼놓은 채 새 한·일 공동선언 작성에 나선다면, 윤 대통령은 강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이 개선하려던 한-일 관계 역시 되레 악화될 수 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국힘, 5·18 농락하나”…도태우 공천 유지 후폭풍
- 민주 ‘친문’ 전해철 탈락…올드보이 박지원·정동영 귀환
- 전공의들 “업무개시명령은 강제 노동”…ILO에 긴급 개입 요청
- 민주연합 ‘양심적 병역 거부자’ 이유로 임태훈 공천 배제
- ‘간첩 혐의’ 한국인 체포한 러 “한국과 긴밀협조…영사 접견 검토”
- 19개 의대 교수들 15일 사직 여부 결정…의·정 대치 악화일로
- 국힘 후보 또 막말…조수연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도”
- 남자 축구 대표팀, 아시안컵 전지훈련 숙소서 ‘돈 걸고’ 카드놀이
- 스트레스→암 확산 비밀 풀렸다…‘끈적한 거미줄’ 세포에 칭칭
- 26살 소방관 아들 보낸 아빠, 순직자 자녀에 5억 ‘숭고한 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