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끈 경보기, 쌓여있던 식용유… 청년소방관 목숨을 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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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1월 31일 경북 문경시에서 청년 소방관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사고는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발생 이틀 전 공장 관계자는 화재 경보기 알람이 자주 울린다는 이유로 강제로 꺼버렸고,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들에게는 공장 내부에 식용유가 쌓여있다는사실조차 전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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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소방청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담은 ‘경북 문경 순직사고 관련 합동조사 결과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소방청은 사고 직후 현장대원, 외부 전문가 등 25명이 참여한 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30일간 화재 원인 규명, 안전 관리 문제점 등을 분석했다.
● 안전장치 작동 불량으로 식용류 가열돼
조사 결과 화재는 119상황실로 신고가 접수된 1월 31일 오후 7시 47분보다 12분 전인7시 35분경 공장 3층 전기튀김기에서 시작됐다. 온도제어기 작동 불량으로 튀김기에 담겨 있던 식용유가 발화점 이상인 383도까지 과열돼 불이 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다. 여기서 시작된 불이 식용류 982L가 저장된 탱크로 옮겨붙으면서 급격하게 불이 확산됐다.
공장 내부엔 화재 발생 시 울리는 경종(알람)이 설치돼 있었지만 공장 관계자가 1월 29일에 강제로 꺼놓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화재 초기가 아니라 3층 내에서 불이 번진 뒤에야 119 신고가 접수됐다. 배덕곤 소방청 기획조정관은 “식용유를 이용해 식품을 가공하는 곳이라 고온의 환경이 형성돼 경보기가 가끔 오작동해 꺼놓은 것이라고 공장 관계자가 진술했다”며 “경보기가 초기에 정상적으로 작동됐다면 더 빨리 화재를 발견하고 일찍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겐 공장 내부에 다량의 식용유가 있다는 사실이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실을 모르고 소방대원들이 3층으로 진입하려고 문을 열면서 공기가 유입되자 공장 내부에 가득차 있던 고온의 가연성 가스가 폭발해 천장이 붕괴됐고, 대원 2명이 현장에서 고립됐다. 김조일 소방청 차장은 “식용유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 전달과 방수 개시 등 현장 활동 정보 공유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샌드위치 패널 관리 등 재발 방지대책 마련
특히 이 공장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연소가 급격히 확대됐고, 탈출에 성공한 대원들도 동료를 구하려 했으나 재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소방청은 재발 방지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의 안전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식용유 취급 기계와 설비는 제조 단계부터 안전기술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국가기술표준원과 협의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지켜야 할 재난현장표준절차는 출동한 대원들의 안전을 중심으로 전면 개정하기로 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구조대원이 보호해야 할 이익보다 감수해야 할 위험이 더 클 때 화재 현장에 진입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개정 방침을 밝혔다.
현장 대응에 필수적인 정보를 신속하게전파하기 위해 모바일 전파 등 예방정보시스템을 개선하고, 무전통신 기능도 개선하기로 했다. 대원이 실종되거나 고립되면 신속하게 구조하기 위해 신속동료구조팀을 편성할 계획이다.
경찰은 소방 당국의 조사 결과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공장 관계자들의 형사 입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소방 당국은 “경보기를 끄는 등 소방시설 정지 등에 대해선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순직 대원이 소속됐던 구조대가 정원을 채우지 못한 상태였다는 지적에 대해 김 차장은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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