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필요성 공감...하지만 점진적으로”…복지차관 만난 의학계 석학들 ‘연착륙’ 주문

이종현 기자 2024. 3. 1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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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필수의료 정상화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
박민수 보건차관, 의학계 석학들과 만나 토론
의학계 “증원 공감…점진적으로 해야”
박 차관 “2035년엔 1만5000명 부족…28번 만나 대화”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학과 의학 분야의 원로들이 나서서 ‘연착륙’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림원회관에서 필수의료 정상화를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 관계자가 함께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김성근(왼쪽)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와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필수 의료 해결을 위한 제도적 방안' 주제로 열린 제220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뉴스1

토론회 주제발표에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과 김성근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나섰고, 토론자로는 한희철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원장(고려대 명예교수)와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하지만 2025년에 바로 2000명을 늘리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인구구조의 변화로 의료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외래 수요는 2043년에 피크를 찍고, 입원 수요는 2059년에 피크를 찍을 것으로 본다”며 “의대 증원이 없다면 의사 수가 가장 부족해지는 게 2050년이고, 1500명을 증원하면 2035년에 의사가 부족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렇게 의대 정원을 1500명 늘리면 2035년 이후에 의사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오히려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게 홍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6년 정도 후에 다시 증원 인원을 축소하는 전략으로 가면 의사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3주 넘게 진료실에 복귀하지 않은 13일, 전북대학교를 방문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팻말을 든 의대 교수들 앞을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수도권에 의료 인력이 집중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윤철 교수는 “서울은 이미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초과 상태이고, 추계로 보면 2045년 이후에는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의사 수 부족 문제를 겪는다”며 “의대 정원 확대는 비수도권에 국한하고, 정원도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원장을 맡고 있는 한희철 명예교수는 “베이비부머가 65세 이상이 되는 2028년과 이들이 100세가 되는 2063년이 의료 이용량이 크게 변화하는 시점”이라며 “베이비부머 쓰나미가 일으키는 30년 간의 의료이용량 증가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대 증원이 필요하지만 규모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부원장은 “2025년이 당장 내년인데 (2000명 증원은) 사회적인 부작용과 의학 교육의 어려움이 있다”며 “즉시 가능한 증원 규모는 정원의 약 10% 정도인데, 그렇게 되면 입시와 교육 현장의 혼란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26년 이후 증원 규모는 정부와 의료계가 합동 연구를 통해 필요한 의사 수를 추계하고 연도별로 증원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의학한림원은 증원에는 동의하지만 점진적이라는 단서가 붙는다”고 말했다.

김성근 가톨릭대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필수의료 4대 패키지를 보면 인력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공정보상의 순서인데, 의사협회가 2023년에 만든 보고서의 카테고리도 정부의 4대 패키지와 제목은 비슷하다”며 “다만 순서가 다를 뿐인데, 의료계에서는 수가 정상화, 법적 부담 완화, 그 다음에 인력 확보와 의료기관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근 교수는 “필수의료는 이미 붕괴가 됐다고 보기 때문에 정부와 온도 차이가 있다”며 “진찰료나 수가 같은 여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필수 의료 인력이 늘어나기 보다는 오히려 점점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필수 의료 해결을 위한 제도적 방안' 주제로 열린 제220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의료개혁(필수의료) 4대 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뉴스1

이에 대해 박민수 차관은 “앞으로 소득이 늘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2035년 기준으로 의사 1만5000명이 부족하다고 봤다”며 “이런 현상은 다른 선진국도 똑같이 겪는 문제인데 영국이나 프랑스는 의대 정원을 2~3배 늘린 데 비해 한국만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의대 증원 이야기한 게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라 2006년부터 시작해서 2년 마다 연구용역을 했다”며 “새 정부 들어서도 의료계 대표와 28번 만나서 회의를 했지만 논의가 진행이 되지 않다 오늘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필수의료 체계 개편과 필수의료에 불리한 수가체계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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