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국산 밀 수입 철회…美는 '반도체 포위망' 확장

송광섭 특파원(song.kwangsub@mk.co.kr),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4. 3. 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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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달만 50만t 구매 취소
무역장벽 높이는 데 불만 표출
미국, 대중 '칩 수출제한' 강화
한국 등 동맹국에도 동참 요구
삼성 보조금 규모 이달 나올듯

중국이 이달 들어서만 50만t이 넘는 미국산 밀 구매를 '취소'했다. 과거에도 중국이 미국산 밀을 사려다 철회한 적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 큰 규모는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샌프란 담판)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증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는 지난 11일 자료를 내고 중국이 26만4000t 규모의 미국산 밀 구매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지난 8일에도 미국산 밀 24만t의 구매를 취소했다. 이달에만 철회 물량이 50만4000t에 이르는 셈이다. 이는 1999년 농무부가 자료를 발표한 이래 최대치다.

구매를 철회한 표면적 이유는 미국보다 더 저렴하게 밀을 구매할 수 있는 대체국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잇달아 대중국 무역장벽을 높인 가운데 나온 조치여서 최근 양국 관계를 고려하면 미국 압박용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 농업 컨설팅 업체 애그리소스의 벤 버크너 연구원은 "이러한 결정은 중국이 다른 국가에서 밀을 더 싸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국제 밀 가격의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중국이 다른 나라에서 미국보다 더 싼 가격에 밀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파나마운하 운항에 차질이 생기면서 중국이 미국산 밀을 구매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다는 점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을 앞두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밀과 옥수수 등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미국과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중국이 미국에 유화적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때문에 중국의 이번 조치가 대중 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는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11월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디리스킹'(위험 제거)이라는 대중 정책과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자, 미국산 밀 구매 철회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그간 수차례 불만을 표해왔다. 지난 7일에는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이 "미국의 잘못된 대중 인식이 여전하다"며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대(對)중국 반도체 포위망'에 동참할 것을 점점 더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워싱턴DC의 한 외교 소식통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소위 '루프홀(Loophole·빠져나갈 구멍)'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며 "한국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미국을 찾은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대해서는 한미 간 협의가 돼온 상황"이라면서 이미 양국 간 구체적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달 초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참여한 일본과 네덜란드에 더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면서 한국과 독일에도 이들 대열에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또 한국의 반도체 증착 장비나 주요 부품기업들의 중국 수출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상무부는 이달 말 삼성전자에 대한 반도체지원법 보조금을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 시점에 대해 정 본부장은 이달 말로 예측하면서 "보조금 규모는 두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에 불이익이 없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대답해 삼성전자도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보조금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 서울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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