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비례 앞순번 꿰차라" 또 의원 꿔주기 꼼수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서동철 기자(sdchaos@mk.co.kr) 2024. 3. 1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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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위성정당을 창당한 후 현역 의원 꿔주기, 비공개 접수를 통한 밀실 공천 등 불공정 관행이 난무하고 있어 이번 선거에서도 '꼼수 논란'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비례대표는 지역구 의원과 달리 탈당 시 의원직을 상실한다.

원내 1·2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기 때문에 3번이 투표용지에서 첫 번째 칸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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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현역 제명절차 거치면
당적 옮겨도 의원직 유지
후보선정 촉박하게 하면서
입후보자 명단도 비공개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적용됐던 2020년 21대 총선 당시 투표용지 모습. 매경DB

4·10 총선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위성정당을 창당한 후 현역 의원 꿔주기, 비공개 접수를 통한 밀실 공천 등 불공정 관행이 난무하고 있어 이번 선거에서도 '꼼수 논란'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이 투표용지에서 앞 순번을 받게 만들기 위해 이번주부터 현역 비례대표를 빌려주는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13일 오후 윤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현역 의원 8명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인 김예지 의원을 비롯해 김근태·김은희·노용호·우신구·이종성·정경희·지성호 의원 등이 제명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열리는 영상 의원총회에서 최종 의결을 거치면 해당 의원들에 대한 제명이 확정된다.

비례대표는 지역구 의원과 달리 탈당 시 의원직을 상실한다. 하지만 소속 정당에서 제명 절차를 거치면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당적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편법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제명된 후 곧바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입당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미래는 기호 4번을 노리고 있다. 지역구 투표와 비례대표 투표에서 나란히 두 번째 칸을 확보하는 게 선거 전략상 유리하기 때문이다. 원내 1·2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기 때문에 3번이 투표용지에서 첫 번째 칸을 차지한다. 국민의힘은 원내 의석수에 따라 기호가 배정되는 것을 감안해 녹색정의당(6명)보다 많은 현역 의원을 국민의미래에 배치했다.

이번 총선에서 기호 1번을 받는 민주당 역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기호 3번으로 설정하기 위한 의원 꿔주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현역인 윤영덕 의원이 더불어민주연합 대표를 맡고 있지만 3번을 받으려면 국민의미래 8명보다 많은 수의 현역 의원을 확보해야 한다.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신청을 받으면서 신청자 명단을 모두 공개하지 않는 관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민의힘의 경우 신청자 530명 중 5분의 1에 가까운 112명이 비공개 신청자로 분류돼 이름·나이·대표 경력 등이 공개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신청자 명단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총 192명의 신청자를 받았고 이중 43명이 면접을 봐 20명의 추천 대상자가 추려졌다고 밝혔을 뿐이다.

양당의 이러한 비공개 신청 접수 관행이 시민사회나 언론 등의 검증 절차를 차단하고, 소수 당 지도부에 의한 '밀실 공천' 관행을 강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지금 같은 '깜깜이' 공천 관행이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당의 유불리에 따라 이용당하도록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외연 확대를 위해 비공개 신청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공직에 있는 분이 출마하고자 할 때 신상이 공개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공개 신청 제도를 이용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훈 기자 / 신유경 기자 /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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