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투자자 "LP 공매도가 시장 교란"…금감원장 "의혹 점검"
LP 공매도 예외 두고 개미·증권사 평행선
금감원장 ELS 배상안 "법원 판단과 같아"
"유동성공급자(LP)의 공매도로 주가가 폭락했다." vs. "LP 공매도 금지 시 상장지수펀드(ETF) 매매가 불가해진다."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콘퍼런스센터에서 금융감독원 주최로 열린 '개인 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에서 공매도 1 제도를 둘러싼 개인과 기관 간 간극은 여전히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작년 11월 6일부터 올해 6월 28일까지 공매도를 전면 중단한 이후 금융당국이 주최한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개인 투자자는 LP 역할을 하는 증권사들이 공매도를 악용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LP 공매도는 장점도 있지만 폐해가 더 크다"며 "LP가 기존 공매도 손실을 줄여주는 방패 역할과 시세조종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전 정부 때 공매도 금지로 코스피가 3000을 돌파, 3300까지 갔지만 이번 공매도 금지 이후 주요 국가 증시의 고공행진과 (금융당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이라는 호재에도 코스피는 지지부진한 배경엔 LP의 공매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매도 전면 금지에도 불구, 금융당국은 ETF 시장에서 거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LP의 공매도를 허용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LP가 기관 및 해외 투자자들의 불법 공매도 창구로 악용되면서 특정 주식의 주가를 끌어내렸다며 공매도 '완전' 금지를 주장해왔다.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도 "LP에 대해 불법 공매도 관련 의혹이 생기는 이유는 그들에 대한 불법성과 부당성, 편파성이 의심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선 ETF 유동성 공급 위해 공매도 불가피 주장
증권사는 LP의 공매도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병훈 NH투자증권 패시브솔루션부문장은 "LP 공매도가 금지된다면 ETF 헤지(위험 회피) 매매가 불가해 결과적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본다"며 "LP 공매도는 시장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실제 LP는 금융상품 매매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주식을 매수하려는 사람에게 팔 주식을 내놓고, 매도하려는 사람으로부터는 주식을 사들이는 역할이다. 다만 이를 위해 팔 주식이나 ETF 등을 미리 대거 보유할 경우 하락에 따른 손해를 볼 수 있어 공매도를 한다.
금융당국은 LP의 공매도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공매도 호가를 내놓을 때 교란할 수 있다"(박순혁 작가)는 지적을 감안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12월 LP 공매도 상황을 점검했지만 불법은 없었다"며 "과거 점검에 만족하지 않고 (LP 기능에서 벗어난 불법 공매도가 있는지) 최근 사례 등을 다시 점검해보겠다"고 말했다.
홍콩 ELS 책임론엔 사과, 금융사엔 자율 배상 압박
이 원장은 공매도 전산화 등 제도 개선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무차입 공매도를 실효적·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4~5개 검토했고, 이 중 2~3개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한두 달 내 설명할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홍콩 H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손실과 관련해서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고난도 상품 판매에 관련해 당국이 보다 면밀히 감독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앞서 11일 금융당국이 제시한 분쟁조정기준을 금융사가 수용해 선제적으로 배상할 것을 촉구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에서 마련한 배상 가이드라인 기준은 법원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자율배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재판으로 갈 텐데, 거액의 비용을 들여 로펌만 배 불리는 식으로 하는 게 맞는지는 스스로 판단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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