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촌간 결혼' 어이할꼬 … 고심 깊어진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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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친족 간 혼인 금지 범위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8촌 이내 혈족 간 결혼을 무효로 한 민법 규정이 헌법불합치로 결론 나면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다.
법무부가 혼인 금지 범위 축소를 검토하는 것은 2022년 10월 '8촌 이내 혈족 간 혼인한 경우 무효로 한다'는 민법 815조 2호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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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결정에 법개정 나섰지만
"인륜 무너져" 반대여론 강해
"혼인무효 대신 취소로 수정"
법조계선 현실적 대안 전망
법무부가 친족 간 혼인 금지 범위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8촌 이내 혈족 간 결혼을 무효로 한 민법 규정이 헌법불합치로 결론 나면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다. 올해 말까지 개정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쉽게 결론 내리기가 어렵다.
법무부는 최근 혼인 금지 범위를 주제로 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결과 보고서는 "혼인 금지 범위를 기존 8촌 이내 혈족에서 4촌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5촌부터는 혼인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현행 민법이 독일과 영국 등 다른 선진국 사례와 비교했을 때 혼인할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보고서는 "근친혼에 따른 유전적 질환 발병률도 5촌 이상은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해당 결과가 공개되면서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다. "근친혼을 장려하는 것이냐"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우선 유림이 강하게 반발했다. 성균관을 비롯한 전국 유림은 지난달 27일 "가족을 파괴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8촌 이내는 고조부를 함께하는 가족"이라면서 "근친혼 기준을 급하게 변경하면 인륜이 무너지고 족보가 엉망이 된다"고 비판했다.
일반 여론도 환영과는 거리가 멀었다. 법무부는 근친혼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28일~12월 6일 전국 성인 남녀 13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근친혼 금지 범위에 대해 응답자 75%가 '현행과 같은 8촌 이내'를 꼽았다. '6촌 이내'가 적절하다는 응답은 15%, '4촌 이내'가 적절하다는 응답은 5%로 조사됐다. 정부 용역 보고서와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법무부가 혼인 금지 범위 축소를 검토하는 것은 2022년 10월 '8촌 이내 혈족 간 혼인한 경우 무효로 한다'는 민법 815조 2호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근친혼이 이미 이뤄진 경우까지 원천 무효로 하면 당사자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진다는 이유였다. 헌재는 혼인 무효 규정을 계속 적용할 수 있는 시한을 올해 12월 31일로 정했다. 9개월 안에 대체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법무부는 "아직 개정 방향이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해 안에 개정안을 내야 하지만 전통 규범과 윤리의식에 관계된 문제여서 방향을 쉽게 정할 수 없다. 정부안이 제출되더라도 여론이 나쁘면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민감한 친족 간 범위는 그대로 두고 '무효'를 '취소'로만 살짝 수정하는 '미세 개정안'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혼인 무효는 애초부터 혼인이 없던 것으로 간주돼 자녀는 혼외자가 되고 상속도 무효가 되지만, 혼인 취소는 상속·재산분할 등이 가능해 당사자나 자녀의 법적 지위가 보장된다. 법무부는 "각계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반영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부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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