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의대 증원 ‘1년 유예안’ 일축…강경 일변도 대응 왜?
대통령실은 의료계 일부에서 제안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1년 유예안’을 13일 일축했다. 증원 규모도 “주고받고 할 문제가 아니다”고 재확인했다. “원칙대로”를 강조하는 데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한 차례의 집단 사직과 징계 본격화가 예고된 다음 주가 의·정간 강 대 강 대치의 시험대가 될 예정이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에 출연해 1년 유예안을 두고 “의료개혁 자체를 1년을 늦추자는 얘기”라며 “1년 늦추는 것의 피해가 더 막심해질 것이므로 그건 생각할 대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전날 ‘해외기관에 분석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1년 뒤 의대 증원을 정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거부의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장 수석은 외부기관 분석 의뢰를 두고도 “외부기관에 맡기자는 것은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다음 주 집단 사직을 예고한 의대 교수들에게도 ‘예외는 없다’면서 정부의 행정 처분을 시사했다.
강경 일변도 대응에는 ‘의대 증원 추진 → 의사 집단행동 → 증원 무산’ 과정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은 전날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한 데도 이같은 뜻이 반영됐다. 전임 정부 때 추진된 의대 증원은 의사들이 집단 휴직에 나선 뒤 보름 만에 무산됐다. 이때문에 정부의 대응 역시 한 쪽으로는 징계 압박을 높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장기전’에 대비하는 쪽에 쏠리고 있다. 정부는 이미 전공의가 떠난 현장에 진료보조(PA) 간호사, 군의관,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투입한 상태다.
이는 향후 협의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전략적인 선택으로도 보인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연일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는 타협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1000명이 맞다, 500명이 맞다. 이걸 가지고 주고받고 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장 수석)는 것이다. 대화의 장이 열리더라도 증원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정부에 있다는 원칙을 확고히 해두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총선을 앞둔 정치적 고려도 깔려있다는 평가가 많다. 의대 증원은 민생 토론회와 함께 총선에 대비한 윤 대통령의 ‘정책 승부수’로 자리매김했다. ‘관권선거’ 논란이 불거진 민생 토론회와 달리 의료 개혁에 대해서는 여론의 지지도 유지되고 있다. 최근 국정 지지율 상승세의 제1 원인으로도 의대 증원 정책이 꼽힌다. 총선 승리가 절실한 여권 입장에서는 선거 전 리스크를 안고 유연한 대응에 나설 이유가 적은 셈이다.
의대 증원이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개혁 과제로 부상한 점도 강경 일변도 대응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지난해까지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을 앞세웠지만 성과보다는 논란과 비판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의료개혁은 취임 후 드물게 국민적 지지를 받은 개혁 과제다. 앞선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이 ‘법치’를 내세워 강경하게 대응해온 만큼 이번에는 더 쉽게 물러서기 어려울 거란 분석이 많다.
정부의 대응 기조는 다음 주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치 처분,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의료 공백 피로도의 폭발 여부 등 곳곳에 뇌관이 깔려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앞서 추진된 의료 개혁은 결국은 정부가 물러섰는데 지금부터가 중요한 국면”이라며 정부 대응 기조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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