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안 내" 소신 밝힌 서울의대 교수…"증원은 반대, 수가 올리면 된다"
정부의 의대 증원책에 반발한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는 18일까지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할 자세를 보여주지 않으면 19일부터 서울의대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사직할 것"이라고 12일 밝힌 가운데, "나는 사직서를 내지 않겠다"고 소신 발언한 교수가 있다.
바로 강건욱(대한핵의학회장) 서울의대 핵의학과 교수다. 강건욱 교수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대 2000명 증원은 반대한다"면서도 "지금 '증원 반대'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란 생각이 들어 굳이 사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의대 대규모 증원책은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 수가 부족하면서 출발했다. 이에 대해 그는 "국내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20곳 정도로 추릴 수 있는데 필수의료 진료과에서 전문의 1~2명씩, 그러니까 20~40명만 더 뽑으면 충분하다. 전체적으로는 100~200명만 충원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필수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필요한 의사 수는 2000명이 아닌, 최대 200명이라는 것.
이렇게 추가로 필요한 100~200명도 의대를 증원해서 채울 건 아니라는 게 그의 견해다. 강 교수는 "기존에 상급종합병원에서 개원가로 빠졌거나 빠지려는 인력만 되돌려도 필수의료에 필요한 의사를 메울 수 있다"고 부연했다. 보통 흉부외과 전문의가 개원하면 하지정맥류 시술이나 다한증·액취증 시술을, 신경외과 전문의가 개원하면 허리 디스크 시술을 주력 치료한다. 결국 심장 수술이나 뇌출혈 수술 같은 중증·응급 질환 치료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 강 교수는 "중증·응급 질환에 대한 수가를 지금보다 10배는 높여야 이들이 개원가로 이탈하려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국의 수술 수가는 미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증질환을 수술할 때 미국은 1건당 수가가 1억원 안팎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수백만 원~1000만원 선이다. 또 미국은 흉부외과 전문의의 연봉이 10억원가량으로, 일반 의사보다 높아 흉부외과 전문의의 인기가 다른 과보다 높다는 것. 흉부외과가 기피 과로 꼽히는 우리나라와 대비된다. 강 교수는 "국내에선 수술 한 건당 병원이 고작 수백만 원을 받을 수 있는데, 수술 한 건당 투입되는 팀원이 6~7명이어서 결국 남는 게 없고 심지어 적자가 나는 구조"라며 "수술을 많이 할수록 해당 진료과 의료진은 병원 재정만 축내는 천덕꾸러기로 몰린다"고 토로했다.
이런 이유로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의료 수익'이 800억~900억원 적자 났다. 이에 장례식장, 병원 내 식당 임대 수익, 서울 강남의 검진센터 수익, 아랍에미리트 병원 운영 수익, 주차장 수익 등 '의료 외 수익'으로 손실분을 메웠다고. 강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병원이 그런 식(의료 외 수익)으로 손실분을 커버하고 있다"며 "국내 모든 급여 항목은 무조건 원가 보전의 70% 선에 맞추게끔 정부가 해놨다. 급여 항목은 병원에서 할 때마다 30%는 손해 보게 돼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수술을 많이 하는 외과 계열의 경우, 수술할 때마다 적자인 만큼 최첨단 검사·치료 장비를 들여오는 것부터 병원 경영진의 눈치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수가를 책정하는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선 정부가 매년 급여 총액을 정하면 그 총액 안에서 각 진료과별로 수가를 조정하는 '상대가치 평가' 시스템으로 운영하는데, 대한의사협회 안에서 진료과별 수가를 높이고 낮추는 '밥그릇 싸움'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만약 소아청소년과를 살리기 위해 소아청소년과 수가를 높이려면 다른 진료과의 수가에서 빼와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조정의 과정에서 의협 안에서 욕하고 싸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 예로 마취통증의학과의 경우 '마취'보다 '통증'의 수가가 높게 책정됐다. 개원가에서 환자들의 수요가 높은 통증 분야에 의사들이 수가를 높여온 이유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할 때 마취가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수가가 저렴하다 보니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상급종합병원 이탈 및 개원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강 교수는 "중증의 필수의료 수가는 정부가 별도 산정하고, 전문가 협의회를 꾸려 수가를 산정하는 등 '핀포인트' 정책을 운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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