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금액이 아니다… ELS 배상안에 흔들리는 증권주

IT조선 이상훈 기자 2024. 3. 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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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규모 큰 은행주, 오히려 선전

주가연계증권(ELS) 손실과 관련, 업계 배상 기준안을 놓고 은행주와 증권주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적지 않은 규모의 배상이 예상되는 은행주는 선전한 반면, 오히려 배상규모가 적을 것이라던 증권주는 흔들린 모습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증권 지수는 배상안 발표 전인 8일과 비교했을 때 이번주 들어 0.1% 떨어지며 보합세을 보였다. 반면 KRX은행 지수는 3.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0.5% 오르며 2693.57을 기록, 은행주 상승폭을 하회했다.

은행주 중에선 KB금융이 9.3% 오르며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그 다음으로 기업은행이 5.2% 올랐고, 신한지주는 3.5% 상승했다. 이외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각 2.2%, 1.8%씩 올랐다.

같은 기간 증권주는 각 종목별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NH투자증권이 이중 가장 크게 오르며 7.2% 상승률을 기록했고, 키움증권은 0.1% 소폭 상승했다. 반면 다른 대형증권사의 경우 ▲삼성증권 -0.2% ▲미래에셋증권 -2.9% ▲한국금융지주 -3.1%씩 내렸다.

배상금 불구 주가 오른 은행주… “밸류업 기대 심리 꺾을 정도는 아니야”

시장에선 은행주가 오른 건 의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증권사보다도 은행쪽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ELS 판매액 자체도 은행이 대부분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홍콩 ELS 판매 잔액은 총 18조8000억원으로, 은행 15조4000억원, 증권사 3조4000억원으로 나타난다.

현재 은행이 판매한 홍콩 ELS에서 올해 분기별로 6000억∼1조9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사가 감당해야 할 배상액 규모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풀이다. 한국기업평가는 “5개 은행의 작년 당기순이익 합계 규모는 11조8000억원으로, 이번 분쟁조정기준이 일괄 적용되면 배상액이 은행의 손익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오른 게, 현재로서는 쉽게만은 꺾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문가들은 ELS 배상이 이미 예전부터 시장에 잘 알려진 이슈이다보니 향후 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 본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미 작년말부터 상당폭 인지된 이슈인만큼 배상 규모가 수천억원을 상회하지 않을 경우 밸류업 센티멘트를 감안했을 때 투자심리 약화 현상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1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홍콩 H지수 기초 ELS 관련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검사는 지난 1월부터 진행됐으며, 대상은 KB·신한·하나·농협·SC 등 은행 5곳과 미래·한투·삼성·KB·NH·신한 등 증권사 6곳이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액 기준 4대 은행의 예상 배상액 규모는 ▲KB국민은행 1조원 ▲신한은향 3000억원 ▲하나은행 1500억원 ▲우리은행 50억원 수준이다. 해당 예상치엔 투자자 손실률 50%, 손실 배상비율 40%가 적용됐다.

증권사 ELS 여파…”배상금보다는 시장 축소 우려”

증권주는 종목별로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ELS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전 업계에서는 증권사가 ELS를 모바일앱 등 비대면창구로 대부분 판매했기 때문에 배상금에 대한 부담이 적을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결국 증권사도 최대 100%에 달하는 배상안을 적용받게 됐다. 이에 따라 증권주 가격도 어느정도 조정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었다.

전문가들은 증권의 경우, 배상 규모 자체는 비교적 크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일단 판매 규모 자체가 은행에 비해 작을뿐더러, 판매한 상품도 온라인 비중이 87.3%를 기록하는 등 큰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온라인 판매 채널의 경우 내부통제 부실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고려, 배상안에서 증권사는 공통가중 3%포인트만 적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배상금보다 ELS 판매 감소에 따른 시장 위축이다. 실제 한국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래에셋·한투·삼성·NH투자·KB·키움·메리츠증권 등 국내 10개 증권사의 ELS 발행금액은 지난 2월 한달간 1조22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달의 1조7940억원 대비 43% 감소한 규모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ELS 포함 파생결합증권이 증권사들의 주요 자금조달원이긴 하나, 최근에는 의존도를 계속 줄여온 상황”이라며 “이미 파생결합증권 의존도를 줄여왔기 때문에, 금번 사태로 증권사들의 자금조달 위축을 크게 우려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IT조선 이상훈 기자 lees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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