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들 ‘사직 D-Day’ 3월18일로 못 박은 이유는?

강윤서 기자 2024. 3. 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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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 교수들 “의료공백에 교수들까지 당직…체력 고갈” 호소
사직서 법적 처리일도 고려…“전공의 복귀 설득 마지막 기회”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의대증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대 교수들이 정부가 사태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전원 사직서를 내겠다고 예고하면서 의료현장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 예정일을 오는 18일로 못 박았다. 교수들의 사직 데드라인이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공의, 의대생들에 이어 교수들까지 의료 현장을 떠날 시 사상 초유의 '의료 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대 교수들이 밝힌 디데이(D-day)인 18일은 앞서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의 사직서가 법적으로 처리되기 직전 날이다. 사직서는 제출일로부터 1개월이 지나면 민법에 따라 자동으로 처리된다. 2월19일에 집단 사직한 전공의에 대한 처리일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교수들이 최후의 수단을 꺼내든 셈이다. 

13일 배우경 서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언론대응팀장(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전공의가 병원에 복귀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그날(18일) 이후로는 전공의가 복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이어 "많은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는다면 병원 시스템의 유지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사직 처리가 안 되고 대화의 장이 열린다고 해도 전공의 복귀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교수들은 집단사직 예정일을 18일로 못 박은 또 다른 이유로 '체력적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배 교수는 "전공의가 없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들도 점점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 운영을 축소해 업무량을 줄이면서 버티고는 있지만 전공의 업무까지 모두 해결하는 데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집단사직은 이에 따른 고육지책"이라고 했다.

정진행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전 비대위원장)는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 비율만 보면 전체 의사의 46%가 이탈했지만 업무로 따지면 70~80% 수준의 공백이 생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진료 외 각종 업무 과부하에 더해 전공의가 섰던 당직까지 60대 교수들이 대신하면서 육체적으로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의대에 이어 19개 의대도 잇달아 사직 결의를 다지는 분위기다. 이들은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를 구성하고 15일 집단사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의료 대란 우려가 커지자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는 집단사직 예고일 전까지 정부가 합리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대위가 내놓은 협상안은 대화협의체를 구성하고 의대 증원을 1년 뒤에 결정하는 것이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2000명 증원을 무조건적으로 확정하지 말고,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전면 재검토만 주장하지 말 것"이라며 "'증원 가능'이란 전제 하에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정부, 의사협회, 의대생, 전공의, 교수, 여야당, 시민단체까지 포함된 의대정원 증원 해결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설득했다.

이어 방 위원장은 "해외의 공신력 있는, 검증된 제3자 기관에 한국 보건의료지표 분석을 의뢰한 뒤 이에 근거해 1년 후 의사 수 증원을 결정하자"면서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의뢰평가에서는 1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정 간 타협 가능성은 요원하다. 대통령실은 "의료법을 위반해 집단행동을 하면 교수들도 예외가 없다"며 전공의 이탈 때와 마찬가지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 등으로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다음 주부터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이 본격화되면 외래 진료와 수술이 현재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의대 교수가 집단 사직하면 대학병원 의료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아가 경영 악화에 따른 병원 폐업 가능성까지 언급된다.

한국중증질환연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현재 단 한 명의 의료인의 현장 이탈마저도 중증환자들에겐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 이어 "교수협의회에서 제안한 대안은 결국 정부에게 백기를 들고 원점 논의하자는 의료계 주장만 담았다"면서 "환자들을 교수님의 가족 혹은 제자처럼 애정을 가지고 심사숙고 해달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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